2012년 11월 25일 일요일

기본소득과 무상의료무상교육


기본소득제에 대한 짧은 생각

글이 워낙 늘어져서 요약을 남깁니다. 

기본 소득 좋은 제도지만 무상의료 무상교육이 더 효과적이다. 

들어가며 

오랜만에 쓰려니 서론이 기네요.  그냥 본론 가셔도 됩니다. 

안철수가 사퇴하여 맘이 좋지 않았다.  그 과정이 아름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안철수가 사퇴를 할 정도로 단일화에 대한 자기 희생 의지가 강하였다면 그냥 문재인이 내미는 불리한 단일화 조건을 받아들였으면 될 일이다.  만약 안철수가 불리한 조건 때문에 진다면 그 개인에게는 타격이 있겠으나 대다수 안철수 지지자들이 그 과정에서 좀더 마음편하게 문재인에게 돌아설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좀더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얻는 움직임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쨌든 안철수는 한 시대가 낳은 영웅이고 우리의 자산이다.  잘 보듬어서 나중에 큰 용도로 쓸 수 있기를 바란다. (노무현을 잃은 것이 아직도 아깝고 아쉽고 슬프다.  노무현은 FTA를 추진하는 등 단점이 많은 사람이었으나 발전하는 사람이었다.  지금쯤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 풀어준다면 우리 사회의 큰 재목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  또한 우리 좌파는 왜 안철수처럼 인기가 없는지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더 비참하게는 왜 안철수가 우리 좌파에게 손을 안내밀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늦은 나이에 공부에 재미붙여 하다가 느닷없이 들려온 안철수 사퇴에 맘이 좋지 않아 오랜만에 이 게시판 저 게시판 기웃거리며 사람들의 반응과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한 좋은 글을 살펴보았다.  그 과정에서 아고라2에 들러 사람들의 글을 읽으니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한참이었다.  나는 머리를 두들겨 맞은 것처럼 다시 한번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사실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 보다 우리 노예가 대통령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이 있는가가 훨씬 중요하다.  대의민주주의란 말은 우리의 권력을 잠시 위임한다는 것인데 사실 우리가 약하면 그냥 뺏기는 것이 된다.  그래서 프랑스처럼 왕의 목을 한번씩 베어야 지도층이 노예의 권력을 잠시 위임한다고 생각한다.  힘은 아는 데서 나오고 이런면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대통령 후보 경선보다 본질적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노력이란 면에서 아주 중요하다. 


내가 기본소득이야기를 처음들은 것이 97년 98년정도에 학교에서였다.  그때는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이야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때 구호가 "불가능한 것을 상상하자" 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15년이 지난 지금도 불가능한 것으로 치부될 만큼 파격적인 이야기이기는 하다.  하지만 나도 15년이 지나면서 세상에 대해 알게되면서 몇가지 관점을 얻었다.  그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본론 

먼저 불가능한 것을 상상하는 것에 대한 것부터.  불가능한 이야기라 치부하시는 분은 역사책을 집어들기를 권한다.  놀라웁게도 우리가 누리는 많은 것들이 과거에는 아주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선거라든지 노예라든지 여성인권이라든지 비행기라든지 종교에 대한 다른 생각등 아주 많은 것들이 과거에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어떤 것이 불가능하다고 치부하는 것은 논점에 도움이 안된다.  

그럼 동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왜 사람들이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을까?  우리 사회가 가는 방향이 크게 두방향이 있다.  하나는 남미형으로 가는 방법이 있고 다른 하나는 북유럽형으로 가는 방향이 있다.  세계 최대 갑부는 멕시코에 있는데 우리 삼성의 회장님과 비슷하게 큰 재벌회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멕시코 사람들은 엄청 가난하고 미국으로 탈출하기 위해 국경을 넘다 죽곤 한다.   그런 나라에서는 부자들이 타워펠리스같은 곳에 모여살고 (타워펠리스보단 좋겠지)  기관총을 든 경비가 서있다.  차는 방탄차고 기사는 전직 CIA나 FBI출신의 은퇴한 현장요원을 최고로 친다.  이런 집 아이들 납치하는 것은 서민들에게는 중요한 수입원이다.  (좀 과격하게 표현했습니다.) 

 북유럽이야 워낙 이상향처럼 묘사되는데 잘들 아실것이고 북유럽이야기 꺼내면 나오는 것이 바로 그 나라들이야 워낙 잘 사니까 우리는 가난해서 나중에 부자되면 생각해보자 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걔중에는 네덜란드처럼 할아버지때 전세계 짱먹고 돈을 갈쿠리로 모았다든지 노르웨이처럼 석유가 펑펑나서 좋다든지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난 항상 북유럽을 이야기할 때 핀란드를 예로 들곤 한다. 걔네는 정말 못 살았고 자원도 없고 그렇다.  그렇지만 걔네들 복지 잘한다.  그러면 노키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노키아 망해가고 있고 시스템이 잘 만들어지면 노키아가 망해도 노키아 사람들이 창업해서 작은 회사를 만들어서 핀란드 경제에는 더 좋다는 기사들이 많다.  (여기에 대해서는 내가 예전에 써 놓은 글이 있는데 여기를 보시면 된다.  근데 영어로 써있어서 죄송) 

우리가 멕시코처럼 될 것이냐 핀란드처럼 될 것이냐 기로에 있는 데 우리 사회를 둘러보자.  뭐 인터넷 신문만 봐도 살기 어렵다는 아우성이 넘치고 객관적인 수치로는 자살율이 제일 높고 출산율이 제일 낮고 생지옥으로 향해 가고 있다는 기사들 뿐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사실 마르크스가 공산주의를 발명했을 때와 비슷한 사회상황이다.  그때도 자본가들은 엄청 잘 살고 빈민들은 못 살았는데 빈민들 사는 것을 보면 동정심이 있는 사람들은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다른 이야기로 현대 축산업의 가장 큰 발명중 하나가 생산과 소비의 완벽한 분리다.  소, 돼지, 닭들을 어떻게 키우고 어떻게 죽이는지 보면 나같이 고기좋아하는 사람도 채식주의자가 되고 싶어질 꺼라 한다.  그래서 생산에 관한 정보는 완벽하게 차단되고 초원에서 풀을 뜯는 소이미지를 유포하면서 마트에서 깔끔하게 포장된 고기 상태로 접하게 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본가들도 못사는 사람들 보면 기분 안좋아지니까 최대한 격리하려고 한다.  우리가 바베큐 파티할려는 데 옆에서 거지 어린이들이 우리 보고 있으면 기분 안좋아지는 것처럼.  외국 여행 좀 다녀보신 분은 이런 기분 아실듯.  마르크스같이 머리좋고 착한 사람은 어떻게해서든 그런 상황을 해결해보고자 한다.  그런데 이게 마르크스가 얼마 되지도 않는 재산 털어서 거지들에게 나누어준다고 해결될 일인가?  마르크스는 머리가 좋기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이런 불행이 생겨나지 않도록 어떤 제도를 만들까 궁리를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공산주의를 발명하게 되고 이 실험은 거대한 실패로 끝나지만 그 과정중에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의 장점을 많이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이런 관점에서 기본 소득론을 보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즉 동기자체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동기와 그 해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예를들어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기본소득을 주장할 수도 있고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주장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다양한 해법중에 과연 기본소득이 가장 좋은가를 놓고 조금만 생각해보자.  

공산주의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정치체제로 일당독재체제를 택한 것이 컷다고 생각하지만 또 한가지 인간의 본성론을 들고 싶다.  즉 우리 인간이 과연 이런 발전된 체계를 받아들일 만큼 성숙한가 하는 문제이다.  나는 아니라고 본다.  아쉽게도 우리 인간은 대부분 옆에 사람이 팔다리가 짤릴만큼 아파도 자기눈에 티눈이 더 아픈 법이다.  공감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인데 그것때문에 모두를 위해 좋은 것보다 아쉽게도 자기에게 좋은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이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공유지의 비극이나 모럴해저드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면에서 자본주의가 현 인류의 수준에 맞는 것 같다.  자본주의의 좋은 점은 자신을 위해 일했는데 사회에도 좋다는 것이다.  우리가 돈을 벌때 남을 총칼로 협박해서 벌지 않고 남이 자의적으로 지갑을 열어 우리에게 돈을 주게 된다.  즉 남을 기쁘게 해주면 해줄수록 돈을 많이 벌게 되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럼 기본소득제가 공산주의라서 안된다는 거냐 같이 무식한 소리를 하실 분이 없기를 바란다.  내가 하는 이야기는 기본소득제는 인간의 본성 측면에서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게 되었을 경우 좋은 시나리오와 나쁜 시나리오를 예로 들어보자.  

나이 45세의 홍길동씨는 두 아이의 아버지인데 중소기업에서 행정직을 하다가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짤렸다.      

좋은 시나리오)  홍길동씨는 평소 원예에 관심이 깊었다.  회사가 짤렸지만 기본소득이 있기 때문에 굶어죽지는 않는다.  홍길동씨는 지금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추구할 때라고 생각하고 원예 전문 대학교에 진학한다.  4년동안 기본소득으로 근근히 살아가면 공부를 하였지만 좋아하는 공부라 행복했다.  4년후에 원예기술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튤립을 길러내게 되고 비행기로 일본에 수출하게 되었다.  


나쁜 시나리오) 홍길동씨는 회사에 짤려지만 기본소득이 있기 때문에 굶어죽지는 않는다.  홍길동씨는 음주를 하면서 평생 놀고 먹기로 작정하였다.  또 기본소득을 타기위해서는 구직활동을 열심히 한다는 증거를 보이거나 공공근로를 하여야 하는데 이를 악용한 회사들은 정부지원금을 타먹기 위해 홍길동씨를 고용한 것처럼 하거나 홍길동씨 공공근로는 엉터리로 아주 쓸데 없는 일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 200조원이 소비되는 새로운 시장이 생기면서 온갖 종류의 브로커들이 정부지원금을 등쳐먹으려 하고 공무원들이 장부를 조작하여 돈을 횡령하려 하고 대기업들은 이 자금을  이용하려 하고 정치인들은 이 과정에서 대기업을 도와주고 뇌물을 받고 하는 문제들이 생기게 된다. 

우리 생각에는 좋은 시나리오로 갔으면 좋겠지만 인간은 나쁜 시나리오로도 많이 간다.  그런데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면서 좋은 시나리오로 갈 확률이 좀더 높은 제도가 있다면 어떨까?  이 경우 기본소득을 지불하는 것보다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해주는 것이 좋은 시나리오로 갈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해직노동자의 경우 아쉽게도 직업적 경쟁력이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사람들이 일을 못하니까 일이 더욱 재미가 없게 되고 기피하게 된다.  만약 먹고 살 돈을 준다면 그냥 일하지 말자라고 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그런데 어떤 분야의 일을 잘못한다고 잘하는 분야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분야가 20대에 바로 찾아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40대인데 이 일이 재미가 없고 다른 일이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얘들 키워야 하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 지 모른다.  하지만 무상의료 무상교육이 된다면 좀더 도전을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커지게 된다.  일반 가정이 가장 크게 느끼는 교육 분야의 지출을 줄여주고 가장 공포심을 느끼는 의료비를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이 없는데 어떻게 공부하면서 먹고 살거냐?  프랑스의 경우 학생에게 월 생활비가 나온다.  학생에게는 파격적인 할인을 해주는 것이 가능하다.  학생식당 밥은 1000원에 준다든지 기숙사를 준다든지.  그리고 45세라면 저축이 좀 있을 것이다.  자신의 저축을 쓰기 때문에 공부에 대해 좀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빨리 끝내려 할 것이다. 


결론

지금까지 장황하게 쓴 글 읽어주신 것 감사드린다.  요약하자면 기본소득제는 요즘같이 선거에 들떠 있는 정국에 꼭 필요한 본질적인 논의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본소득제보다는 무상의료 무상교육이 인간의 본성에 맞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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