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30일 토요일

그들이 말해주지 않는 진실 #7 - 총구를 지휘관에게 돌리기

주의: 아래 내용은 사상적으로 위험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잘못 적용할 경우 생명과 명예를 모두 잃을 수 있습니다. 해석과 적용에 신중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군인은 명령에 절대 복종하도록 훈련되어진다. 모든 명령의 실행에 대한 책임은 상급자가 지도록 되어 있으며 명령 불복종이나 하극상은 군법에 의해 사형까지 가능한 중대 잘못이다. 장교의 권총은 명령을 따르지 않는 부하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군대가 생사의 갈림길에 선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철저히 진화한 조직체계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5.18에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원이라고 하자. 상급자가 이 사람들은 폭도니 사살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힘든 상황이다.
“나”라면 총구를 지휘관에게 돌릴 것이다. 쉽지 않은 선택이며 실전에서는 자살과 동일한 무게를 가지는 존재론적인 선택이다. 솔직히 현장의 급박한 상황에서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이런 중요한 판단을 내리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을 지 자신도 없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그때 명령에 불복종하는 것이 내게는 옳은 판단이다” 라는 것이다.


역사상 군대가 양민 학살의 현장에 선 경우는 많다. 프랑스 혁명에서의 군대, 러시아 혁명에서의 군대, 4.19 현장에서의 군대, 5.18 항쟁에서의 군대, 제주도 4.3 사건에서의 군대, 베트남전에서의 군대, 6.25 전에서의 군대, 아우슈비츠의 군대, 히로시만의 미군 폭격기, 킬링 필드의 군대 등등. 어떤 경우엔 한명의 반대자도 없이 일사분란하게 학살이 실시되고, 어떤 경우엔 소수의 내부 고발자가 있지만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 덮어져 버리고, 어떤 경우엔 수십년 후에 학살임을 인정하고 학살자가 처벌을 받고 아주 드물게는 군대가 발포명령을 집단적으로 거부하여 역사가 바뀌기도 한다. 나는 “내가 발포명령을 거부하면 내가 역사를 바꾸는 영웅이 될 것이다” 라고 생각해서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불명예스런 개죽음을 맞게 될 확률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 생전에 그런 선택을 하는 불운이 찾아오지 않기 바란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런 선택을 하는가? 그것은 “내가 스스로 생각할 때”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에 자꾸 강조를 하는 것은 첫째 절대적으로 옳은 판단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지도 모르겠으며 둘째 나의 판단이 절대적으로 옳은 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총을 든 광주 시민은 진짜 폭도들 일 수도 있었던 것이다. 나야 수십년이 지나서 여러 정보로부터 종합적으로 판단을 할 수 있지만 자다가 엉겁결에 끌려나온 20대 초반의 군인에게 전쟁과 같은 혼란속에서 단편적인 정보만 가지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이 쉽겠는가? 즉 우리는 언제나 불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잠재적으로 부적절할 수도 있는 판단을 심지어는 목숨마저도 걸고 스스로 내려야 한다.

이렇게 스스로 선택을 해야 하는 권리는 양도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군인이기 전에 인간이며 인간이기에 스스로 선택을 하며 결과를 받아들이게 된다. 나의 상급자가 내 대신 나란 인간이 되어 내 대신 판단을 내려줄 수는 없다. “혹시 이 권리가 양도할 수 없다는 증거가 있나요? “ 아니다. 양도할 수 없다는 것 마저도 나의 판단이어야 한다.

즉 혹시 당신이 이 글을 읽고 내 말만 무조건적으로 믿고 총부리를 지휘관에게 돌린다면 당신은 “듣보잡”인 나의 생각 때문에 비참하게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것이 이 글이 위험한 이유이다. 이 글의 올바른 사용법은 혹시 그런 불행한 선택의 순간이 오면 스스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때론 자살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란 것이 인생의 무게를 새삼 느끼게 한다.
2010년 1월 15일 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