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11일 수요일

빈센트의 잃어버린 그림

 첫수업

그는 미술관에서 이쁜 여자를 꼬시고 있다가 전화를 받는다. "교수님 조교인데요 내일 수업이 1시인데 강의계획서를 보내주세요". 

"뭐 난 교수 아닌데? 어디 대학이라고? ㅌㅌ대? 무슨 소리야 전화 잘 못거셨소"

젠장 엄마가 나 몰래 임용시키셨구만.  내가 싫다고 그랬는데. 뭐 그리 시시한 대학에 내 돈내면서까지 다니나. 

"아 교수님이신가보네요. 저는 ㅌㅌ 미대에 다녀요." 

"아 제가 거기 고고미술사학과에 새로 부임한 이시준이요."

그때 이쁜 여자가 교수라는 말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고 교수가 되기로 결심한다. 

다시 전화를 걸어서 "어이 조교. 강의계획서는 니가 알아서 써라. 조교가 돈받고 하는 일이 뭐냐? 그런거라도 해야지. 내일 수업은 어디야?" 


이튿날 ㅌㅌ대학에 1967년 Mustang이 등장한다.  시끄럽기만 하고 차는 나가지 않는다. 사람들이 씨끄럽다고 인상을 쓰고 욕한다. 이시준은 투덜 거린다. 니들이 예술을 아냐. 포르쉐나 알지. 이게 포르쉐 10대 값이다.  


강의시작은 오래된 편지를 파워포인트에서 뛰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는 정신병원을 나온 후 오랬동안 가보지 않았던 The Hague를 가보고 싶었다. 너가 준 돈이 물감을 사고 얼마 남지 않아 잘 계산을 해서 떠났으나 The Hague 기차역에서 Auvers-sur-Oise로 가는 기차표를 살돈이 떨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어떤 사람에게 내 그림 몇 점을 주고 돈을 빌릴 수 있었다. 그 사람 연락처를 지갑에 넣어두었으나 잃어 버리고 말았구나. 역시 나는 사무적인 일에는 소질이 없는 것 같다. 그 사람에게 돈을 갚을 길이 없어 미안하구나. 나의 그림이 팔린 적이 있다면 그 가치를 좀더 알 수 있었을 텐데. 나는 언제쯤 그림을 팔 수 있을까. 너에게 자꾸 손을 벌리기가 미안하지만 여비가 떨어져서 그러니 아래 주소로 10쉴링을 급히 보내주기 바란다.  1889" 


이것은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다.  이 편지는 일반인에게는 공개가 되어 있지 않고 New York Metropolitan museum 창고에 고고미술사학 전공 연구자들에게만 열람이 허용되어 있지.  내가 초명문 NYU의 고고미술학계의 전설 xx 교수밑에서 박사를 받았기 때문에 나도 볼 수 있었던 거야.  여러분은 교수 잘 만난 덕분에 이렇게 편히 볼 수 있는거야. 

이 이야기는 빈센트의 잃어버린 그림이라 불리며 현대 미술사의 가장 큰 미스테리라 불린다.  자네 고호 그림이 얼만줄 아나? 최소 100억에 걸작이면 1000억은 문제도 아니야. 1990년도에 팔린 이 그림은 850억에 팔렸는데 지금돈은로는 1800억 정도 하지. 이그림은 반고흐의 걸작도 아냐.  그 말은 그 잃어버린 그림이 최소 500억 정도 가치가 있다는 거지. 스토리가 구구절절해서 그림만 적당하면 2000억은 문제없지 그래서 수 많은 고고미술학자들이 빈센트의 숨겨진 그림을 찾기 위해서 The  Hague의 벼룩시장, 여인숙, 술집등을 뒤졌으나 찾지 못하였다. 


그 그림을 산 사람은 헤이그에 사는 평범한 사람으로 미술품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으나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는 반고호가 불쌍해서 돈을 주었다. 원래는 그냥 주었으나 반고호가 주장하여 그의 그림을 담보로 받고 연락처를 주었다. 빈센트가 서명을 그림에 하려고 주머니를 뒤졌으나 펜이 없어 그림에는 서명이 없다.  아쉬운 거지. 만약 빈센트가 거기 서명만 했으면 그 그림값은 1000억에서 2000억으로 뛰는 거야. 그 사람은 운이 없었던 거지. 

그림은 화장실에 걸어두었으나 부인이 너무 스타일이 이상하다면서 싫어했어. 그가 죽고난 후 부인은 그 그림을 1907년 헤이그의 무슨 스트리트에서 팔았지. 


그런데 말이야 우낀게 뭔지 알아? 사실 내가 고고미술학에 무슨 관심이 있었겠어. 하도 사고를 쳐대니 집에서 강제로 유학을 보낸거야. 한국에서 챙피하다면서. 뉴욕대 고고미술학과 박사과정 경쟁률이 얼만지 알아? 0.7이야.  그렇게 학비도 비싼데 누가 비싼 돈 내고 뉴욕에서 고고미술학 박사 하려고 하겠어? 다 돈 많은  미술상 아저씨들이 그냥 취미로 따는 거야. 거기 별의별 인간이 다와. 대머리 유대인 미술상이 한명 나랑 박사과정 동기였는데 말야. 그 인간은 도난당한 장물이나 가짜 그림 유통시키는 사기꾼이야. 그 아저씨네 파티에 가면 항상 비키니 미녀들이랑 놀 수 있어. 나도 거기서 그냥 맨날 파티하고 놀았지. 아 내가 돈은 많아.  

야 니들 돈없으면 그림 그리지 마. 내가 아는 사람중에 제일 그림 잘 그린 사람은 고호였지만 그는 한장도 못팔고 죽었어.  돈 없는데 그림 그리려면 나처럼 돈많은 후원자가 필요해. 

이 이야기를 듣고 학생들이 분개해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일부는 성추행발언으로 이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어쨌든 말이야. 내가 거기 박사로 있으니 논문은 써야하쟎아. 근데 내가 뭘 알아? 근데 헤이그 하니까 뭐가 떠올라? 

어이 거기 이쁜 학생, 헤이그 하면 떠오르는 거 없어?

지적받은 학생이 기분나쁜 표정으로 떨떠름하게 말했다. "몰라요. 헤이그하면 헤이그 특사밖에 몰라요."

옆에 학생은 성추행 신고 메일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녹음을 시작했다. 


"그러취, 한국사람은 헤이그 하면 헤이그 특사지. 그래서 내가 헤이그 특사가 간 년도를 알아보니 1907년도야. 그리고 이게 헤이그 지도인데 

화면에 헤이그의 구글맵이 뜬다. "여기가 그림을 판 ㅌㅌ 스트리트인데, 여기가 만국평화회의가 열릴 당시 이준열사 일행이 묵었던 곳이야."

두 곳의 위치는 걸어서 10분거리. 

기분이 쎄하지. 그래서 내 박사논문 제목이 "The lost masterpiece of Vincent Van Gogh"야. 원래는 The lost painting였는데 지도교수가 자꾸 masterpiece로 하자는 거야. 내가 따졌지. 보지도 않은 그림이 masterpiece인걸 어떻게 아냐. 그랬더니 학계도 유튜브처럼 관심을 먹고 산다면서 이게  academic marketing이래. 

그럼 내가 박사 논문에 쓴 게 뭐냐.  고호의 그림을 산 사람은  헤이그 특사로 갔던 사람중 한명인 이위종이다. 그는 고종황제의 명을 받고 이상설, 이준과 함께 헤이그에 왔다. 한국 밖을 나가 본 적이 없던 이상설, 이준과 달리 그는 이미 프랑스, 러시아에서 오랬동안 지내면서 서양문물에 익숙해진 사람이었다. 이위종은 프랑스에서 공사관 서기생으로 주재할 때 유럽의 명문 사관학교인 프랑스 생 시르 육군사관학교에서 2년간 수학한 뒤 정규 졸업했다


내가 어떻게 아냐고?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그냥 한국사람이면 헤이그 특사라 그런거지. 그냥 막 우기면 돼. 개들도 몰라. 100년동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 헤맸는데 왜 못찾았겠냐. 첫째, 그림을 산사람들이 현지인이 아니어야해. 현지인이었으면 진작 찾았겠지. 둘째, 그림을 산 사람들이 그게 고흐 그림이 얼마나 비싼지 모르는 사람들이어야해  그래서 내가 구라를 좀 쳤지. 한국사람들이 서명도 없는 고흐 그림을 어떻게 알아보겠냐고. 그때 특사로 왔던 한국사람이 사고 바로 그 동네를 떠나서 지금껏 못찾은 이유라고.   그랬더니 다들 좋아하면서 박사 주더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난 천재인것 같아. 그런 기막힌 생각을 해내다니. 내가 그때 영어 대필해주던 애한테 얼마나 작업을 걸었었는데. 어휴. 


그런데 말이야. 다들 아나? 이준 열사는 그 다음날 죽어버린거 알아? 자살이라고도 하고 병사라고도 하는데 기분이 쎄하더라고.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그 뭔 곳까지 가서 생고생하다 죽었는지. 니들 우리 집안에 왜 돈이 많은줄 알어? 우리 고조부가 친일파였어. 뭐 named는 아니고 시시한 역관에 무역 쫌 했는데 말야 그래도 3대가 평생 쓰고도 다 못 쓸 돈을 벌었지.  우리 고조부 유언이 뭐였는지 알아? 니들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  뭘 새로 하려고 하지 마라. 그래서 우리 부모님의 유일한 할 일은 빌딩의 월세를 수금하는 것이야. 할일이 없으니 일부러 월화수목금요일에 모두 다른 곳에서 현금으로 받는다.  우리가족은 아침에 일어나면 잘 차려입고 돈 수금하러 다니는 게 일이야. 돈 수금하고 나면 점심시간인데 할일이 없네? 뒷산에서 심심해서 골프나 치려고 골프홀을 3홀 파고 또 파고 하다 보니 18홀 골프장이 생겼네. 거참 되는 사람은 뒤로 넘어져도 된다더니.  뭐 오늘은 첫날이고 하니 이정도 하고 끝내쟈고. 


집안에 돈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몇 학생의 눈빛이 바뀐 것 같기도 했지만 착각일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사학재단이 썩어서 돈 내고 교수 된 놈이 또 나타났다면서 욕하면서 강의실을 나갔다. 


1등석

"아이씨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렇게 열심히 살어. 이건 내 캐릭터가 아닌데."

모스크바로 가는 대한항공 1등석 비행기안에서 시준은 투덜거렸다. 

시작은 지도교수가 보낸 이메일에서 였다. 그는 이위종의 가족이 아직 생존해 있다면서 그의 가족을 만나서 고흐의 그림의 흔적을 찾아보라고 하였다. 시준은 내가 왜 가냐면서 항의하였지만 교수는 지금 너의 논문이 통과가 안되고 있다. 증거가 부족해서이다. 너 졸업할려면 뭔가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뭐 그깟 학위 안받아도 그만이지만 교수의 마지막 말이 안스러워 그냥 가기로 하였다. 교수는 자신의 펀딩이 끊겨서 러시아까지 갈 여비가 없다면서 너는 돈 많으니 니가 가서 서 연구하는 것이 노블레스오블리제라고 하였다. 그말이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잘난척 하던 교수가 부탁하는 것을 보니 왠지 마음이 약해져서 승낙하였다. 거 무슨 돈도 안되는 학문을 하겠다고 다들 그렇게 힘들게 사는지. 시준은 이해가 잘 안된다. 

시준은 교수가 보내준 자료를 읽기 시작했다. 

이위종은 1906년에 러시아 귀족의 딸 엘리자베타와 결혼했다. 이위종의 후손들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살고 있으며 이위종의 둘째 딸 니나의 슬하에 아들 바실리비치(작고)와 딸 류드밀라 예피모바가 있다. 류드밀라 예피모바에겐 타치아나와 율리아 피스쿨로바 두 딸이 있으며 이들은 각기 아들을 두고 있어 이위종의 후손은 모두 다섯명이 현재(2020 8.) 생존해 있다. 

마지막에는 주소하나가 적혀있었다. 

젠장 읽을 수도 없네. 

1등석에 서빙하는 캐빈크루가 매력적이다. 

"캐빈크루, 혹시 이 주소 어떻게 읽나요?"

승무원이 새끼새끼 하면서 주소를 읽어준다. 왠지 욕하는 것하서 섹시하다. 

"혹시 모스크바에 도착하면 일정이 어떻게 되요? 내가 여기를 찾아가야 하는데 좀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사례는 내가 할께요."

이시준은 파텍필립 시계가 잘 보이게 자세를 고쳐앉으면서 물었다.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 일정이 빡빡해서. 그리고 회사 방침이 승객과 따로 만나는 것은..." 

젠장 이게 45억짜리인데 너무 레어해서 못알아본 모양이다.  좀더 대중적인 브랜드로 할 것 그랬나? 아무리 돈이 넘치는 시준집안에서도 이것을 살때는 부모님 설득하는데 힘들었다. 무슨 알지도 못하는 브랜드 시계가 45억이야.  그냥 로렉스 1억짜리가 좋쟎아. 시준은 뉴욕에서 럭셔리하게 살면서 쓸데 없이 예술적 취향만 높아져서 금딱지 같은 롤렉스나 흔해빠진 시계는 영 맘에 들지 않았다.  파텍필립을 처음 본 순간 이거다 싶었다. 무었보다 시원하게 파인 자판뒤로 움직이는 게 많아서 좋다. 자판뒤에 복잡한 부품들이 숨겨진 시계들은 좀 지루하다. 시준은 가슴이 파인 원피스가 다 가린 오피스룩보다 취향이다. 이게 투자라서 20년 후에는 100억 간다고 설득하고, 이거 안사주면 나 교수 안할 거라고 협박해서 간신히 산 시계다. 

한국가면 그냥 좀 대중적인 브랜드로 한두개 더 살까보다. 

아이씨 러시아 말도 못하는데 어떻게 찾지 하면서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지도교수가 자기 아는 교수 제자를 한명 보내준다고는 했는데. 


공항에 도착하여 개찰구를 빠져나갈 때 한글로 "이시준 교수님"이라는 푯말을 들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거구에 수염이 산적처럼 나고 배가 1톤 드럼통정도는 되어 보이는  대머리러시아 아저씨다. 저 사람이 교수가 보낸 사람인가 보다. 아이씨 그냥 돌아갈까 보다. 그때 

"ㅌㅌ 대학에 이시준 교수님이시지요?"

예쁜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 깜짝 놀렀다.  청바지에 허름한 가죽재킷을 입고,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머리를 뒤로 묶었다. 키는 좀 작고 볼륨도 약해보이지만 나름 지적이고 귀염상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모스크바 대학에 구애린입니다.  제 지도교수님인 ㅌㅌ교수님의 부탁으로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러시아는 처음이시지요?"

갑자기 박사학위를 마무리하기 위한 증거를 찾기위해 러시아에 온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내 지도교수는 나를 잘 알고 있다. 내가 영어도 못하고  러시아아도 못하고 여자 좋아하는 것을 알고 일부러 보냈을 것이다. 늙은 여우같으니라고. 지금 같아서는 지도 교수에게 thank you mail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바로 이위종동지 후손을 찾아가볼까요? 이쪽은 운전을 해주실 드미트리입니다" 

손을 내미는 산적같은 운전기사는 바로 무시하고 구애린에게 눈을 마주치며

"바쁠 것은 없어요. 호텔에서 같이 저녁 식사라도 하면서 조금 쉬는 것은 어때요?"

파텍필립 시계가 잘 보이게 팔을 걷어 올린다. 어째 구애린의 얼굴은 무심한데 드미트리만 알아보고 좋아하는 것 같다. 젠장 

"지금 졸업작품 준비일정때문에 바빠서 시간을 많이 낼 수는 없네요. 오늘 해야할 일을 끝내요." 

이시준은 쉬크하게 "그럼 갑시다."

둘은 드미트리가 운전하는 벤츠 자동차를 타고 공항을 빠져 나왔다.  이시준은 계속 시시콜콜 캐물었으나 구애린은 대답이 짧다.  차는 한참을 간다. 한시간을 달리니 창밖의 풍경이 점점 허허벌판으로 바뀌어간다. 한시간을 달려도 편의점 하나 없을 기세다. 

이시준은 오줌이 마려웠지만 구애린에게 부탁하기 싫어 참고 점점 얼굴이 똥 씹은 표정으로 변해갔다.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구애린이 뭐라고 드미트리에게 씨바씨바 한다. 드미트리가 웃으면서 또 씨바씨바한다. 구애린이 원래 가려던 도로로 가면 3시간인데 거기가 공사중이라 돌아가니 한 4시간쯤 더 걸린데요 라고 한다. 뭐 4시간? 이시준은 그렇게 오래 참을 자신이 없다. 뭐 배도 고프니 근처 식당에서 화장실을 보면 되겠지. 구애린에게 내가 저녁을 살 테니 이 동네에서 가장 좋은 레스토랑으로 가자고 했다. 구애린이 안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이 먹으려던 샌드위치를 가방에서 꺼내어 둘로 쪼개 이시준에게 준다. 딱딱한 빵에 두툼한 치즈밖에 없다. 이 근처에는 레스토랑이 없어요. 제가 먹으려고 싸온 건데 이거라도 먹을래요?  드미트리도 옆에 가방에서 뭔가 잔뜩든 샌드위치를 들고 먹으면서 운전하고 있다.   한입 먹어보니 별로 입맛에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더이상 화장실을 참을 수 없다. 


이시준은 핸드폰을 꺼내 구글 번역기로 화장실이라고 찾아서 러시아어로 번역했다. 구애린에게 화장실 애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드미트리에게 화장실이라고 말하니 또 씨바씨바한다. 하 씨바 뭐라는 거야. 


구애린이 옆에서 한 30분만 더 가면 자기가 잘 아는 집이 있데요.  아이씨. 30분. 


30분 참을수 있을 것도 같고 없을 수도 있다.  구애린을 생각하며 그래도 웃는 표정을 유지한다. 악몽같은 30분이 지나고 차는 허름한 창고 같은 곳으로 도착했다. 도착하자 마자 이시준은 뛰어 내리고 화장실로 달려간다. 드미트리가 방향을 가르킨다. 아이씨 죽을뻔했네. 이제 좀 살겠다. 화장실에서 나왔는데 분위기가 쎄하다. 드미트리 주변에 험상궂은 아저씨들이 모여있고 구애린이 뭐라고 화난 얼굴로 말하고 있다. 그러더니 구애린이 이시준 손을 헥 잡더니 시계를 벗겨서 드미트리에게 던진다. 


"어 내 시계. 애린씨 왜그래 " 

"잘 들어요. 눈 마주치지 말고 그냥 웃으면서 따라와요." 

애린이 손목을 잡고 나를 끈다. 

"아니 애린씨. 저게 얼마짜린데." 

"저 시계가 목숨보다 중요해요?"

뭐. 가만 보자. 우리집 재산이 얼만데. 그게 다 내껀데. 재산 물려받으면 하나 더 사면 돼지. 아무래도 목숨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이시준은 상냥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냥 이거 너 가져 씨발롬아. 하면서 천천히 뒤걸음치면서 창고를 나섰다. 험상궂은 아저씨들이 드미트리에게 뭐라고 하자 애린이 뭐라고 러시아로 소리친다. 

"뭐라는 거요?"

"이 사람 바보고 러시아 말 하나도 몰라. 나만 입다물면 이사람은 경찰서에 신고도 못해. 나는 이사람이랑 아무 관련 없어. 내가 왜 이사람을 도와서 경찰에 신고하겠어?"

"둘이 짠거아냐? " 

"멍청한 인간아. 러시아가 어떤 곳인줄 알고 그렇게 비싼 시계를 드러내놓고 다녀요. 드미트리가 죽이겠다는 거 간신히 말려서 살려놨더니. " 

"아니 좋은 시곈줄 알았어?"

"내가 어떻게 알아. 드미트리가 10억 짜리라길래 알았지. 여기선 10억이면 다섯 사람쯤 죽일 수 있어." 

"아 그거 45억 짜린데. 내가 드미트리에게 10억에 사면 안될까"

구애린이 한심한 눈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둘은 한참 후 애린의 친구가 타고온 덜컹거리는 고물차를 타고 유족의 집으로 향한다. 


"고인의 유품을 좀 볼 수 있을까요? 

"이게 전부에요?"

낡은 사과상자안에는 편지뭉치와 사진, 그리고 하드커버 제본된 책이 들어있다. 


그는 이위종이 고호 그림을 산게 아닐까 생각하면서 이위종이 남긴 흔적이나 일지등을 찾아해메고 있다. 이위종이 신혼초에 부인에게 보낸 편지가 발견된다. 


사랑하는 엘리자베타. 

오늘도 회의장에는 들어가지 못했오. 기다리면서 거리에서 당신에게 줄 선물로 그림을 샀오. 좀 독특하고 이상한 그림이지만 당신도 좋아하리라고 생각하오.  그걸 사는데 준은 엄청 화를 내더군. 나보고 나라가 망하는데 그림따위를 사고 있느냐는 거야. 그래서 내가 물었지. 나라가 도대체 뭐요? 임금이 자리에게 쫐겨나면 나라가 망하는거요? 잘 들으시요. 나라라는 것은 그 나라에 살고 있는 백성이요.  준과 상설은 착한 친구들이긴 하지만 너무 고지식하더군.  이미 세상은 바뀌고 있고 중요한 것은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것인데.  그 친구들은 움직이는 시계를 붙잡고 멈추려고만 하고 있어."


움직이는 시계하니 갑자기 강도당한 시계가 생각나 화가난다. 하지만 이것봐라. 독특하고 이상한 그림? 

이 당시 이위종은 연설에서 일본제국뿐 아니라 고종의 만행도 고발했었다.

장기집권으로 인한 부패, 과도한 세금징수와 가혹한 행정에 허덕여왔던 한국 국민과 정부는 애원과 희망으로 일본인들을 환영하였다. 그 당시 한국인들은 일본이 부패한 정부 관리들을 엄격히 처벌해 주고, 일반 백성에게는 정의감을 북돋워 주고, 정부 당국의 정치․행정에 대해 진실한 조언자가 되고, 한국민들의 개혁운동을 잘 인도해 줄 것으로 확신하였다. 일본인들은 거듭하여 그들의 한국 진출은 그들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문명국들의 행위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문호개방과 모든 백성을 위한 기회균등의 보존을 공고히 하기위함이라고 극구 강조하였다(이위종)[3]

찾았다. 물증이다. 애린도 상기된 표정이다. 뭐야 내 박사 학위 논문에 대해서 좀 아나? 

"애린 하드커버된 책은 뭐지? "

"러시아에서 발간된 이위종씨의 자서전입니다. " 

유족들에게 이시준은 유품을 돈으로 사려하나 유가족들은 화를 내면서 거절한다. 애린이 시준을 내보내고 유가족을 설득한다. 이위종씨의 행적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좋은기회라고. 이 유품이 가족들 품에 있는 것과 NYU 고고미술사학과에서 연구되어 세상에 발표되는 것 어떤것이 더 고인을 기리는 것이겠느냐.  가족들은 그에게 기부한다.  혹은 반대 (애린이 설득하려다 실패하고 시준이 돈으로 산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시준은 지도교수에게 잔뜩 욕을 써서 보냈다. 

"그렇게 험한 러시아에 제자를 보내다니. 내가 45억짜리 시계를 강도당했다. 제자를 그렇게 위험한 곳에 보내도 되냐. 이게 다 당신때문이다. 증거고 뭐고 그냥 박사 학위는 당신 능력껏 통과시켜라. 다 학과내 정치라며. 그래도 애린이를 보낸 것은 참 잘했단. 당신 친구에게 애린이가 많이 도왔줬다고 꼭 전해줘라. " 

지도교수는 답장이 없다. 지도교수는 마피아에게 살해당하고 고흐의 그림을 추적하는 마피아가 이시준을 찾아온다. 




 제2차 만국평화회의장 근처 골목에서 팔았다. 그 그림을 산 사람은 당시 러시아 공산관에 근무하였던 이위준이다. 그는 고종황제의 명을 받고 이상설, 이준과 함께 헤이그에 왔다. 한국 밖을 나가 본 적이 없던 이상설, 이준과 달리 그는 이미 프랑스, 러시아에서 오랬동안 지내면서 서양문물에 익숙해진 사람이었다. 

이위종은 프랑스에서 공사관 서기생으로 주재할 때 유럽의 명문 사관학교인 프랑스 생 시르 육군사관학교에서 2년간 수학한 뒤 정규 졸업했다

아버지는 대한제국의 외교관 이범진이다. 이위종은 1906년에 러시아 귀족의 딸 엘리자베타와 결혼했다. 이위종의 후손들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살고 있으며 이위종의 둘째 딸 니나의 슬하에 아들 바실리비치(작고)와 딸 류드밀라 예피모바가 있다. 류드밀라 예피모바에겐 타치아나와 율리아 피스쿨로바 두 딸이 있으며 이들은 각기 아들을 두고 있어 이위종의 후손은 모두 다섯명이 현재(2020 8.) 생존해 있다. 


이위종이 그림을 살때 이준이 엄청 화를 내었다. 지금 나라가 망해가는데 그림같은 것을 살 때 인가? 이상설이 말리지 않았더러면 그림을 찢어버리려고 했다. 이위종은 이미 조선은 망했네.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야 하네. 라고 반박하네. 

이 당시 이위종은 연설에서 일본제국뿐 아니라 고종의 만행도 고발했었다.

장기집권으로 인한 부패, 과도한 세금징수와 가혹한 행정에 허덕여왔던 한국 국민과 정부는 애원과 희망으로 일본인들을 환영하였다. 그 당시 한국인들은 일본이 부패한 정부 관리들을 엄격히 처벌해 주고, 일반 백성에게는 정의감을 북돋워 주고, 정부 당국의 정치․행정에 대해 진실한 조언자가 되고, 한국민들의 개혁운동을 잘 인도해 줄 것으로 확신하였다. 일본인들은 거듭하여 그들의 한국 진출은 그들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문명국들의 행위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문호개방과 모든 백성을 위한 기회균등의 보존을 공고히 하기위함이라고 극구 강조하였다(이위종)[3]

이위종은 미국과 프랑스에서 근대교육을 받은 경력이 있으며, 근대사상의 조류들이 유행하는 시기에 청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철저한 근왕주의자인 이범진보다 정치사상 면에서 진보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1896년 7월 한국을 떠날 때만 해도 부친의 영향으로 나이 어린 야무진 군권주의자의 면모를 지녔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1907년 7월 헤이그 국제협회에서 한국독립을 호소하는 연설을 했을 때에 대한제국의 장기집권으로 인한 부패, 과도한 세금징수, 가혹한 행정 등으로 인해 인민이 고생하고 있음을 인정했을 뿐더러 그러한 정치를 ‘구체제하 정부의 잔혹한 정치’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이는 이위종이 고종의 권위를 인정하면서도 고종의 통치에 대해서 깊은 불만을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1919년 8월에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국민들만이 미국인들처럼 사리사욕을 쫓지 않고 박해받는 자들의 자유를 위해 진정으로 투쟁할 수 있다”며 미국의 자본주의체제를 비판하고 사회주의를 적극 지지하는 발언을 하였다. 이는 이위종의 정치사상이 군권주의에서 민주주의를 거쳐 사회주의로 전환해 갔음을 나타내 준다고 생각한다[4]



주인공은 돈이 많은 친일파의 후손. 유언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  뭘 새로 하려고 하지 마라. 부모의 유일한 할 일은 빌딩의 월세를 수금하는 것. 그래서 일부러 월화수목금요일에 모두 다른 곳에서 현금으로 받는다.  뒷산에 심심해서 치려고 골프홀을 3홀 파고 또 파고 하다 보니 18홀 소유. 주인공은 돈 많고 할 일 없는 유학생으로 미국에서 고고미술학 전공. 집에서 하도 한국에서 사고를 쳐대니 챙피하다며 유학이나 가라고 함.  전공자하려는 사람도 없고  비싼 학비를 다 내고 뉴욕에서 phd 프로그램 이수하였음. phd 시절에 심심해서 뉴욕 Metropolitan 에서 고호 그림에 처음 매혹되기 시작함.  Theo와 Vincent의 unpublished letter arxiv도 거기서 공부하게됨. 


""  뉴욕에서 이쁜 미대생을 꼬시려고 던진 멘트.  물론 결혼에는 관심없음. 

박사 논문 주제는 "The lost masterpiece of Vincent Van Gogh".  원래는 The lost picture of .. 였지만 지도 교수가 바꿈. 주인공은 보지도 않는 그림이 master piece인지 어떻게 아냐면서 너무 제목이 상업적이라고 하였지만 학계도 원래 관심을 먹고 산다면서 이게  academic marketing이라 함. 한국에 귀국해서는 별로 취직에 관심이 없음. 그런데 지방 사립대에서 1억원을 내면 임용시켜준다고 함. 내가 그런 시시한 학교에 뭐 내돈 내면서까지 다니냐면서 거절함. 하지만 부모님이 일자 무식 집안에서 드디어 교수가 나왔다면서 좋아하면서 주인공 몰래 뒷돈을 대고 주인공을 임용시킴. 

처음 시작은 러시아에 살고 있는 이위종의 후손들에게 한국에서 어떤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하자. 그 주인공은 돈이 많기 때문에 여비를 자비로 충당.  그는 이위종이 고호 그림을 산게 아닐까 생각하면서 이위종이 남긴 흔적이나 일지등을 찾아해메고 있다. 이위종이 신혼초에 부인에게 보낸 편지가 발견된다. 


사랑하는 엘리자베타. 

오늘도 회의장에는 들어가지 못했오. 기다리면서 거리에서 당신에게 줄 선물로 그림을 샀오. 좀 독특하고 이상한 그림이지만 당신도 좋아하리라고 생각하오. 



중간에 어떤 사람들의 습격도 받는다. 역시 고호의 그림을 추적하는 사람들이다.  이위종의 그림을 추적하면서 러시아, 미국, 블라디보스토크 에서 독립운동 하던 사람의 흔적들, 상테스부르크에서 사회주의 혁명을 기획하던 역사의 흔적을 그리자. 


마지막으로 그림은 황학동의 풍물시장에 있다. 이준이 죽자 그를 안쓰럽게 여긴 이위종이 작별 선물로 그림을 보자기에 싸서 무덤에 넣어 주었고, 1963년 유해가 한국으로 봉환될때 그의 후손들에게 전달되었다.  사위 류자후는 1945년 10월 이승만이 귀국하자 한 달 간 돈암장에서 이승만 내외를 보필하였다.[6] 그러나 관상을 볼 줄 알던 류자후는 이승만의 관상이 좋지 않다[6] 며, 이승만의 비서들이 11월부터 귀국하거나 돈암장을 찾아오자 서서히 그들에게 일을 넘기고 이승만의 곁에서 물러나왔다.  사위 류자후는 그 그림을 잘 보관하라 유언을 남겼지만 후손들은 돈이 없어 황학동 시장에 넘긴것이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그림을 찾지만 그림을 그냥 가지고 있는다.  독립운동 하던 사람들에게 매달 돈봉투가 배달된다.  


이시준 마사지 샾에서 

사장님 뭐하시는 분인데 이렇게 안뭉치셨어요. 현대사회에서 이렇게 스트레스없기가 힘든데 

허허 제가 공부를 오래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예민한 편입니다. 


첫장면에서 쓰고 엄마에게 시계를 받아서 그냥 학교 나가는 것으로 할까? 


미술관에서 여자꼬시는 것은 식상하다. 



2018년 12월 8일 토요일

Montral

Montreal
나는
여자가 아니라서
제 첫사랑과 닮았네요
라는
말을 들았을때
어떤
기분일까 모르겠다.
아마
슬프거나 짜증나지 않을까
자신이
첫 사랑보다
잘난
점도 많을텐데
절대
이길 수가 없는 상대
몬트리올은
내 첫사랑 서울을 닮았다.

2013년 6월 12일 수요일

잉여사회

서문

시.. 시상이 또 떠오른다.
난 당혹스러울 뿐이다.  또 바보같이 저항하며 뻘짓을 하다가 포기하고 키보드 앞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받아적기 시작했다.

"잉여사회"
잉여사회라뇨.  난 다시 물었으나 그분은 말씀이 없다.  난 혼자 머릿속으로 헤매기 시작했다.

"잉여라.  요즘 우리 사회가 잉여가 많기는 하지. 특히 젊은층에서.  이거 참 사회문제인데. "

나의 헛짚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분이 다시 말씀하셨다.

"대공황이 온다.  잉여 사회로 가지 않으면 전쟁이 난다.  일베와 재특회에서 나치의 냄새가 난다.   "

다 각운을 쓰며 랩을 하시는 건가.  지금도 잉여가 많아서 문제인데 아예 잉여사회로 가라고 하시다니.  일베 그냥 애들이 모여서 희희닥 거리는 사이트 아니었던가?

모든 것은 그분의 말씀에서 시작되었다.

제 1장 열정을 가져라.

시작은 자기 개발서처럼 희망을 주는 아니 자위를 주는 메시지로 시작을 해본다.  요즘 세상이 좀 각박한가.  명문대 졸업이나 유학박사 들도 삼성에 들어갔다가 단물만 쪽 빨리고 치킨집을 개업하는 세상이고 그나마도 못들어가서 얼마나 난리인지.  서점에 가면 열정을 가지고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알려주는 자기 개발서들이 가득하다.   사실 직장이나 자영업에서 성공할려면 열정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성공한 사람치고 난 열정이 없었는데 성공했다고 책을 쓰거나 강연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 반대는 많으니 말이다.  아무리 불황이라고 그래도 삼겹살이 예술적으로 맛있는 집에는 손님이 미어터지기 마련이다.   자기 개발서들은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고 그렇게 되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란 없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열정을 불태우라고 말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삼겹살에 미쳐라.  고기를 굽는 불판에 따라 맛이 달라지니 전국을 돌아다니며 각종 돌에 테스트해보아 최고의 불판을 찾아라.  

 그런데 세상에 성공한 사장님이나 대기업에 이사가 몇이나 있는가?  그말은 우리가 현재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순간 우리는 확률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에 끼게 된다는 말이다.  그럼 당신의 인생은 불행하게 된다.   이것을 이해하기 쉽게 저질로 설명해주겠다.  세상에서 김태희가 가장 예쁘다고 해보자.  당신이 김태희와 결혼하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순간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도 이러한 열정에 동참하는 순간 당신은 불행하게 될 일만 남은 것이다.  자기 마누라를 김태희와 비교하며 자신은 실패했다고 생각하며 사는 당신은 얼마나 비참할 것인가?  테레비에서 김태희가 나올 때마다 눈물이 주루룩 흐를 것이다.

 그런데 열정을 가지라니.  이분의 말씀은 얼마나 불친절한가.  실패하면 연락 말고 성공하면 친하게 지내자는 건가.  이러니 저러니 해도 김태희랑 결혼하는 사람은 한명은 있을 것이고 아무래도 그놈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가려진 커텐틈 사이로 너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너는 다른 남자의 아내였던 것이고 그래도 김태희는 예쁜 것인가?  그분의 말씀을 친절히 설명해 주면 이렇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희한하게 삼겹살이나 전자제품 영업에 열정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예를 들어 원예나 목공예에 열정을 느낀다.  당신이 만약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열정을 느끼거나 돈을 버는 일에 열정을 느낀다면 좋다.  그냥 살면 된다.  요즘 세상에는 그렇게 사는 것 격려하고 마누라들도 좋아할 것이다.  그런데 당신이 찌질한 것 혹은 다른 말로 돈이 안되는 것에 열정을 느낀다면 어떻게 할까?  당신이 프라모델 조립에 열정을 느낀다고 해보자.  만약 당신 나이가 많다면 사회적 압력이 상당할 것이다.  혹시 당신이 귀가 얇다면 흔들릴지도 모른다.  이 지점이 바로 그분이 말씀하신 지점이다.  "당신 만의 열정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감사하고 지켜라."  회사일은 당신이 짤리지 않을 만큼만 하면 된다.   이부분에서 이글을 읽는 분들 중 분노하시는 분이 있다면 그분에게 말해라.  난 모른다.  

 인생이 백미터 경주인데 4천만명이 함께 뛰고 이건희 가족은 페라리를 몰고 달리기에 참가하고 있다고 생각해봐라.  생각만해도 입에서 단내가 나는 것 같다.   그런데 인생이 보물찾기라고 생각해보자.  4천만이 넓은 들판에서 각자 보물을 찾아서 자신만의 장소를 뒤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누가 페라리를 몰건 비행기를 몰건 자신만의 장소에 보물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왠지 다단계로 시작하여 로또로 끝나는 막장인생의 정석을 보여주는 것 같아 긴가민가 하다.  

 제 2장 행복 = 소유 / 욕망

 패러다임이라는 것이 있다.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정석으로 받아들여져서 너무나 당연시 여겨지는 것들이다.  그것이 작동하는 기간에는 그걸 알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것이 변화하는 시기에는 오히려 이것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 때문에 방해가 되는 일이 생기곤 한다.   그러한 패러다임의 변화 한가지를 말해주겠다.  우리 사회는 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기회가 많은 열린 사회였다.  성장률이 높은 사회였고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시기였다.  그런데 이제 기회가 없는 닫힌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과거의 패러다임이 잘 맞지 않고 있다.  중장년층이나 노인과 같은 기성세대를 비난하거나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들 세대도 피똥싸게 힘들었고 전지구적으로 나름 전체적으로 성공적으로 살아 내셨다.  그런데 그분들이 그렇게 힘들게 익힌 생존의 노하우가 패러다임이 변하는 지금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  존경하는 기성세대를 무시하는 것 같아 왠지 죄송하다.

  내가 지금 예언을 하는 건가?  아니다.  나는 시속 100km 로 달리는 사람에게 앞에 제한속도 30의 커브가 있으니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큰일날 것이라고 말하는 거다.  과거에는 직선도로였기 때문에 빨리 갈수록 잘하는 것이었기에 내말은 무시될 가능성이 높다.  속도를 줄이고자 해도 사람이 잘 안변한다.  기가막히게 운전을 해서 드리프트 턴으로 바퀴를 배수관 턱에 걸쳐 두부를 흘리지 않는 턴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말하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게다가 인류는 70년 쯤 전에 이런식으로 교통사고를 낸 경험이 있다.  교통사고를 낸 사람은 이미 늙어 죽었고 그 다음 다음 세대가 운전을 하고 있어 기억이 가물가물한 것이 문제다.  (그전에 있었던 사고는 레밍스 조깅을 하다 절벽에 빠진 거라 좀 이야기가 안맞는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사회가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지구는 돌아간다.  확률적으로는 굶어죽을 정도로 힘들다가 세계 전쟁이 나면서 풀릴 가능성이 가장 큰다.  인류가 좀더 성숙해지면 전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고 만약 성숙하지 못하면 전 지구적으로 고생 좀 하고 이 다음번엔 더 성숙해지길 바랄 수 밖에.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류 자체가 공멸할 가능성이 좀 커졌다는 것이 지난 번과 다른 점이지만 인류로 보면 멸종에 가까운 위기가 와도 지구적으로 보면 공룡이 멸종한 이후에 또 한번의 변화일 뿐이다.

  인류 전체의 멸종을 남 일하듯 말하는 그분의 스케일에 놀랄 뿐이다.  그분 나름대로는 경고를 하는 것으로 할 일을 한다고 생각하시는 듯.   참 설명이 늦었는데 과거의 행복 방정식은 소유를 늘리는 것이었고 앞으로 필요한 행복 방정식은 욕구를 줄이는 것이다.   욕구를 줄이기 진짜 쉽지 않다.  한번 그랜저 타보면 마티즈 타기 쉽지 않다.  그나마 좀 도움이 되는 것이 행복해지는 것이고 이것이 1장에서 열정을 가지라는 이유이다.  사랑에 빠지면 행복해지고 욕구가 조금 줄어드는 현자의 타임이 오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되어 물질로 보상하려는 욕구가 줄어든다.  혹시 엄청나게 빡센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충동구매를 해보신 분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비유적으로 설명한다면 이미 좋은 곳에서 사는 사람은 여행을 서두를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아침에 사는 곳을 한바퀴만 돌아도 행복할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의 삶이 너무 괴롭다면 비행기를 타고 12시간을 날아서 2박 3일을 지내고 다시 돌아오는 여행이라도 할 것이다.  첫번째와 두번째의 차이는 여행에 필요한 에너지 혹은 자원의 차이이고 물론 두번째 사람은 비용을 지불 할 만큼 돈을 벌수 있지만 앞서 말했듯이 모두가 비지니스석을 급하게 살 만큼 돈이 많아질 수는 없다.  참 오해하실까봐 기존 자기자위서는 돈되는 일에 열정을 가지라는 것이고 그 분 말씀은 그냥 니가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그일이 돈이 안되면 먹고 살만큼만 돈은 벌어서 그 돈으로 취미생활을 해서 행복해지라는 것이다.

 제 3장 좀비와 함께 살아가기

  여기 어떤 분이 그분의 말씀을 듣고 천지가 개벽할 충격을 받으시고 그분을 받아들이는 무모한 결정을 하게 된다고 하자.  그분이 비록 이러한 삶을 살고자 하여도 사회가 그분을 가만 놓아두지 않는다.  당장 하는 일에서 짤리지 않을 정도만 하면 곧 있으면 정리해고 되고 나이 들어서 고생할 가능성이 높다.  요즘 젊은이들이 엄청난 스펙과 열정으로 그 일에 지원하려고 할 것이고 경영자가 보기에는 당신이 별로인게 보인다.   즉 이러한 변화를 실천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될 상황은 자신은 제정신이고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옳은 결정을 내렸는데 다른 사람들이 모두 미쳐서 모두를 공멸로 몰아갈 길로 몰아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정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좀비다.  각 시대마다 자신을 대표하는 정서적인 공포가 있는데 예를 들어 드라큐라는 소작농을 착취하는 귀족, 혹은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가를 뜻하고 처녀귀신이나 구미호는 여성을 억압했던 조선시대의 잠재적인 공포가 드러나는 것이다.

 좀비는 쉬지도 않고 열심히 일하고 얼마전까지 알고 지내던 우리 이웃 전부이며 느린데 수가 너무 많아서 도망갈 수도 없고 결국 다 죽자는 식으로 덤비고 전염이 된다.  사람이다가 좀비가 되는 수는 있는데 좀비가 사람이 되는 수는 없다.  드라큐라는 결코 먹이가 되는 대상 전체를  멸종시키지는 않고 오히려 먹이가 되는 대상보다 세련된 취향을 가지고 있는데 좀비는 아주 저질의 취향을 가지고 있고 경멸의 대상이 될 뿐이다.  좀비의 신음소리를 "도오온~~" 으로 바꾸거나 "모오니~~" 라고 바꾸면 이해가 될 것이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즉 자신만 바꾸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주변의 대다수가 바뀌어야 앞서 말한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경기장에서 앞사람이 일어나면 뒷사람도 일어나고 결국은 모두가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비록 모든 사람이 큰 고생을 하며 2시간동안 서서 보았으나 모든 사람이 편하게 앉아서 경기를 관람한 경우에 비해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은 아니다.  고생만 하고 득이 없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를 피하기 위해서는 내가 앉으면 다른 사람들도 앉을 것이라는 사회적 신뢰가 있어야 한다.  이런 신뢰가 없는 사회는 이런 비효율을 비용으로 치뤄야 하는 것이다.

 게임 이론으로 볼때 이렇게 신뢰가 형성된 집단이 취할 수 있는 해결책의 종류와 비용이 신뢰가 없이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보다 훨씬 다양하면서도 전체 비용이 저렴한 경우가 많다.   아주 쉬운 예를 들면 죄수의 딜레마를 설명해보자.  두명의 도둑이 잡혔으며 각자 분리된 방에서 심문을 받고 있다.  만약 두명다 범죄를 부인하면 둘 다 1년형을 받고 한명이 자백하면 한명은 무죄 한명은 10년이 되고 둘다 자백하면 둘다 5년이 된다.   이 때 두 도둑사이에 신뢰가 있다면 두명에게 가장 좋은 솔루션은 둘 다 1년형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두 도둑 사이에 신뢰가 없다면 둘은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둘 다 자백하고 둘다 5년형을 받게 된다.  이 것은 각자 개인의 도둑이 똑똑하거나 능력이 있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아무리 개인적으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예를 들어 학교 문제와 같은 데서는 선택가능한 옵션이 별로 없는 것이다.  그래서 좌파나 우파나 잘난 사람들은 자식들을 해외로 보내든 국제중 특목고로 보내든지 하려하는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재용씨가 아들을 국제중 보낼라고 사회적배려자 신청할지는 몰랐다.  좀 환상이 깨지는 듯.  

 제 4장 열심히 일한 사람을 벌 주기.

   우리가 소달구지 타고 신작로를 가며 감동하던 시절에 항공모함에서 전투기를 발진시키며 신나게 싸우시던 분들이 계셨다.   70년전에 그 교통사고를 내셨던 분들 되시겠다.  그분들의 후예들은 교통사고의 기억이 너무 컸던 나머지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기 위해서 그분들이 했던 것이 바로 소득세 차등부과이다.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임금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래서 배관공이 교수 보다 돈을 더 버는 어처구니 없는 사회가 되었다.   엄청난 소득을 올리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세금과 가끔 벌금을 내야 할 때는 소득에 비례해서 냈기에 과속 딱지가 1억씩 물리는 경우도 있었다.   건희 대제처럼 상속세를 탈루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사업가들은 못살겠다며 국적을 바꾸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사회는 열심히 일한 사람을 벌 주는 사회라고 우리 언론들은 떠들어 대는 데 쉽게 말해서 아프리카 사람에게 비만과 성인병이 우려되니 햄버거나 피자는 먹지 말라는 말이되겠다.  한마디로 헛소리고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하는 의도가 있으니 나쁜 소리다.  그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벌주는 논리적 근거는 어디서 올 수 있을까?

 여기 한정된 풀밭이 있다고 해보자.  10사람이 사는 데 다들 소를 한마리씩 키워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엄청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있어서 혼자서 소를 열마리씩 열정을 가지고 키워낸다고 해보자.  그럼 당장 풀밭에 풀이 줄어들어 전체에게 피해가 가게 된다.

 제 5장

 "이제 알겠고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알겠는데 그래서 우리는 어디서부터 변화해야 하나요?"

난 그분의 말씀을 듣고 감동을 받아 소리높여 물어보았다.

"..."

  솔직히 그분도 모른다.  우리가 좀비로 둘러싸였는데 그분이라고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겠나?  아는 사람 있으면 나도 좀 알려주라.   내가 생각하는 몇가지 방법을 말해주겠다.

 1. 딴지 멤버쉽을 가입한다.  (외국에 거주하는 사람은 미팅에 참가할 수 없으니 깍아달라)

2.  시사인을 정기 구독한다.

3.  한겨레나 경향신문을 구독하거나 뉴스 타파에 돈을 좀 기부한다.

4.  진보정당에 돈을 기부한다.

5.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오프라인에서 만나 교류를 가진다.

6. 생협에 가입한다.

7.  "고래가 그랬어"를 구독독하고 고래삼촌이 된다.



전형적인 기승전광고의 훌륭한 구조를 가진 글이 되었다.

행복자전거당 당수  (www.happybicycleparty.org)

주인을 문 개


주의 사항
- 이 글은 소설입니다.  혹시 누군가가 자신을 이야기 한 것이라고 기분나빠하실 까봐 일부로 자료 조사도 안하고 그냥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대로 썼습니다.  그러니까 이 글 읽고 혹시 찔리시는 분이 있더래도 제게 뭐라고 하지 마세요.  제게 뭐라고 하시는 순간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시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1

"지롤 허네.  우리는 그냥 정권의 개야 임마"

준상이 웃으면 술잔을 내려놓으며 옆에 앉은 미모의 아가씨 가슴을 매만졌다.   동수는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  준상 옆에 앉은 아가씨가 사실 맘에 들었었기 때문이다.    그 아가씨를 준상이 찜해 놓고 있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사실 동수 옆에 앉은 아가씨도 처음에는 맘에 들었었다.    처음에 입사 환영회를 해준다고 강남룸살롱으로 갈 때부터 동수는 준상이란 인간을 양아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신입사원 환영회라면서 먼저 동수보고 파트너 고르라고 할 때는 순간적으로 이 인간이 괜챦은 인간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었다.   몇번 양보하는 척하다가 제일 이쁜 아가씨를 골랐다.  고르고서는

"선배님도 고르십시요. "

했더니 자기는 됬다고 마담에게 혜수 오라고 하는 것이다.

청담동 며느리처럼 곱게 늙은 마담이 혜수는 오늘 귀한 손님 오셔서 먼저 들어갔다고 봐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 양아치가 술잔을 던져서 깨고 마담들 뺨을 때리고 난리가 났다.   어깨들 오고 분위기 안좋았었다.   동수는 겁나서 일단 그동안 배웠던 무술 방어 자세를 준비하며 드디어 기술을 쓰는 구나 싶었다.

"야 이 이년야.  니가 누구 때문에 물장사하는데 쉰소리를 해.   니들 저번에 무허가 자료 질하다가 국세청에서 그만 하라는거 내가 잘 해줬쟎아. "

국세청이야기가 나오니 마담은 한숨 한번 쉬고 어깨들 뺨을 때리고 화풀이한다.

 "빨리 혜수 데려와 이 새끼들아.  귀한 분이 오셨쟎아."

그러더니 준상을 보면서 웃는데 그 순간 동수는 인간의 깊은 심연을 바라본 것과 같이 등에 식은 땀이 죽 흘렀다.

그러나 마침내 온 혜수를 본 순간 동수는 준상의 마음을 같은 수컷으로써 이해는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에서 여 주인공을 하던 연예인이었다.   실제로 보니 TV보다 더 이뻤다.    그 순간 동수는 옆에 있는 아가씨가 싫어지면서 무척 불행해졌다.  그러면서 내가 이 양아치를 꼭 끌어내리리라 속으로 다짐했다.

-3

한달 전 동수가 고시원에서 돌아오자 어머니는 동수의 눈치를 살폈다.  눈빛으로는 어떻게 되었니라고 묻고 있었지만 차마 묻지 못하고 있었다.   동수는 말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가 음악 소리를 키웠다.    메탈리카의 the unforgiven 기타소리만 동수의 마음을 두드릴 뿐이었다.   동생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가 조용해졌다.  엄마가 조용히 시킨 모양이다.    동수의 마음속에서는 오늘 받은 이메일이 드럼 소리에 맞추어 둥둥둥 거리고 있었다.

"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쉽지만 ... "

3주 동안의 기다림이 아쿠스틱 기타였다면 아쉽지만 이라는 한마디는 일렉기타와 드럼의 폭발적인 화성으로 동수 머리를 두드렸다.

 스피커의 진동이 책상위에 싸맨 머리위로 웅웅 거렸다.  볼륨을 너무 키웠나?  아니다.  핸드폰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누구지?  받고 싶지 않다.   모르는 번호다.   아는 번호면 받지 않으려고 했는데 모르는 번호라 일단 받았다.  내가 누군가 모르는 사람의 전화를 거부할 수 있을 만큼 자리잡은 사람이던가.

"김동수씨, 국정원의 강찬수 실장입니다."

국정원이라는 한마디에 동수는 긴장하여 음악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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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는 강실장의 제안을 믿을 수가 없었다.   현실이 맞나?  내가 너무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던 나머지 자살했거나 꿈을 꾸는 것인가?  '조건부 입사'라니.  이것은 또 무슨 말인가?   그런 동수를 강실장은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강실장은 멍청한 새끼를 고른 것이 아닌가 후회가 되었다.  아이씨 그냥 조차장이 권하는 대로 세번째 새끼로 할 걸.  조차장은 그냥 안정적으로 강남 좋은 집안 자제로 하자고 했는데.  강실장은 그런 놈들은 너무 나약해서 안 된다며 직접 동수를 골랐었다.  봐봐.  지방대에 집안에 돈도 없고 식구들은 많고.  이런 새끼들 끌어주면 독하게 충성한다니까.  강실장이 그 대학 출신이란 이야기는 않했다.  그래도 다들 알았겠지만.

 "그러니까 제 사수를 감시하면 된다고요? "
동수가 다시 물었다.  아 이 새끼 같은 말 세번째 시킨다.   진짜 바본가?

"그래. "
강실장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속으로 너 말고도 후보는 많다.  앞으로 30초 안에 그냥 갈거다. 강실장은 시계를 보며 다짐했다.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동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강실장은 일어나며

"회사에서 임시직으로 연락이 갈거다.  잘해서  정규직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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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회사에서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축하드립니다"로 시작하는 전화를 받았다.   그 후부터는 그냥 꿈 같았다.  그냥 부모님 손 따라 끌려다니면서 사고 싶은 거 고르고 전화와서 만나자는 대로 만나주고 그냥 있으면 되었다.  혜경이마저 먼저 모텔에 손잡고 가더라.  이렇게 맘 편하고 생각없이 살아도 저절로 살아지는 것이 25년 인생에 있었나 싶다.   단지 맘에 걸리는 것은 강실장이었다.   무슨 국정원이 애들도 아니고 후배가 사수를 감시해.  이거 사기 아냐.  나만 뭔가 희생양이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불길한 예감도 가끔 들었지만 그래도 시간은 저절로 흘러 갔다.   어느새 첫출근날 책상을 배정받고 앉아 있는 동수에게 사수는 보이지 않았다.  3주간 휴가를 받아 동남아에 갔다고 한다.   무슨 휴가를 3주일이나 받아.  여기가 프랑스야? 국정원이 사회주의 복지직장이었어?   누구도 임시직 신입을 붙잡고 사정 설명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얼핏 줏어듣기로는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기존 파트너는 짤리고 준상은 문책성 강제 휴가를 갔다는 것 같다.   무슨 문책이 휴가냐.  그냥 짜르면 되지.  이것이 바로 신의 직장의 힘이 구나.

 회사 생활은 아주 즐거웠다.   원장이 4대강 홍보하라고 공문내려서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서 댓글을 남기고 보고서를 썼다.    사수는 심지어 출근하도록 되어 있는 날에도 보이지 않았다.

"준상이 새끼 어딨어?  빨리 출근하라고 그래 "

부장이 소리를 질렀다.  몇 사람들이 허겁지겁 전화기를 들었다.

막상 동수가 처음 준상을 접한 것은 출근예정일로부터 사흘이나 지난 후였다.   준상이 출근하자 부장은 이새끼 저새끼 욕을 했지만 막상 데리고 방에 들어가고 나서는 웃음기가 있는 얼굴로 "야 이새끼야 적당히 해 임마" 하면서 준상의 등을 두드리고 나왔다.

"니가 동수냐? 난 서준상이다.  뭐하냐? 가자. "

   10년 전에는 잘생겼을 수도 있지만 머리가 벗겨질라고 하고 세월은 못 속이는 중년의 얼굴이다.  멋은 얼마나 부리고 다니는지.  그런데 뭔가 조금 오래전 스타일이었다.  예전 초등학교 때 보던 홍콩 영화 배우 주윤발이 바바리 코트를 입고 올백 머리를 했던 그런 스타일이다.     보자 마자 반말에 대낮부터 나가자고 한다.  부장님 눈치를 보며 쭈뼛쭈뼛 일어서는대 부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의외로 부장님은 말이 없이 고개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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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주차장에 가자 동수는 깜짝 놀랐다.  검은색 포르쉐가 있다.  설마 이 인간 차는 아니겠지.  이 인간이 점점 포르쉐 가까이 가더니 문을 연다.  니 사수는 비리에 연루되어 있는 인간 쓰레기로 내사과의 조사를 받고 있다던 강실장의 말이 새삼 머리를 치고 간다.  나도 정규직 되면 비리나 할까?  사수에게 노하우를 전수받을까 하는 생각도 새삼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수는 그 길로 차를 몰고 강남의 어느 큰 빌딩으로 들어갔다.  준상은 별로 말이 없다.  차 안에서는 무슨 옛날 중국 노래가 무한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동수는 비굴하게 웃으면서

"선배님 이 노래를 좋아하시나보내요?  무슨 CD에요?" 하면서 CD를 꺼내볼려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준상은 짜증을 확 내면서 거칠게 동수의 손을 밀치며

 "야 내 물건은 절대 만지지마" 하는 것이다.

 정말 준상은 짜증나는 인간내지는 예의가 없는 인간인 것 같다.  차가 멈춘 곳은  K 건설.  국내에서 젤 큰가 두번째인가 하는 건설사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데스크에 뭐라 하더니 "넌 여기서 기다려" 하고는 자기만 들어간다.  뻘쭘하게 앉아있던 동수는 미모의 리셉션 언니 얼굴만 훔쳐볼 뿐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나.  사장실 문이 열리며 대머리 인간이 나오면서 90도로 인사를 하며 환송을 한다.   준상은 기름이 잘잘 흐르는 웃음을 지으며 이러지 마시라고 예의 바른 흉내를 낸다.   그러더니 오늘 일 다했다고 환영식하자고 데려간 곳이 강남의 G룸살롱이었던 것이다.    술에 얼큰히 취한 준상이 회사에는 왜 들어왔냐고 물었다.

"네.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서입니다. " . 동수는 왠지 준상에게 밟힐 것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FM대로 대답했다.  얼마나 수없이 갈고 다듬은 대답이던가.  표정, 억양, 속도, 톤, 눈빛, 손짓 거울을 보며 가족 친구와 함께 수없이 연습한 한 문장이다.  씩씩하면서도 무식하지 않게. 진지하면서도 오버하지 않게.  


2
그 후로 여러달이 지났다.  동수는 한달에 한번씩 강실장을 만나 그동안 본 것을 보고했다.  준상이 말해준 것은 아니었지만 동수도 눈치는 있어서 대충 어디서 준상이 돈을 받는 지 감은 있었다.  하지만 강실장은 말없이 듣다가 더 조사해보라는 한마디 하고 가버리는 식이었다.  아니 이 인간들은 얼마나 해처먹어야 잡혀가는 거야.  동수 입장에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동수가 아침 일찍 출근해서 4대강 관련 심리전술 할당량을 채울라치면 준상은 늦게 출근하여 밥먹으러 가자고 오곤 했다.  가끔 준상이 일찍 오는 날이면 동수는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서 투덜거렸다.

"정규직 새끼들이란"

정규직 새끼들은 늦게 출근하여 할당량도 뺀질거리면서 채우지 않곤 했다.  그것을 볼 때마다 열 받았지만 나도 빨리 정규직이 될 생각으로 참았다.  언제나처럼 동수를 태운 포르쉐는 회사 주차장을 시끄럽게 빠져나갔다.

"선배님 오늘은 평소랑 코스가 다르네요."

"오늘은 아주 특별한 데이트가 있지."

요즘엔 강남 쪽 회사들에서 주로 점심을 먹었었다.  그런데 차는 한남대교 쪽으로 가지 않고 효자동 쪽으로 간다.  약속 장소는 북촌의 한 카페였다.  차를 대지 못해 동네를 여러번 돌다가 아무대나 대었다.

"강북은 이래서 안 좋다니까."

좁은 골목길에서 내리면서 나는 차문이 돌담에 긁힐까봐 낑낑 거렸다.

"내릴 필요 없어.  그냥 여기서 차보고 있어."

"……개새끼"

얼마 후 준상이 돌아왔을 때 나는 주차요원과 한바탕 하고 있던 중이었다.  준상 옆에는 보기만 해도 까칠 할 것 같은 여자가 있었다.  준상이 좋아할 외모가 아니었다.

"주기자님, 제가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어서 타세요.  동수야 넌 지하철 타고 복귀해라. "

"…. 개새끼"



3

주기자가 누구야.  분명히 준상이 쩔쩔매고 굽신대고 있었다.  준상의 약점에 가까운 것 같다.  동수는 회사로 돌아가 네이버에서 주기자를 검색했다.  임시직에게는 범용 인물 검색 허가가 안 나온다.  준상이 허가한 범위만 되는 데 그 새끼는 일을 안해서 내게 검색 허가 승인 같은 거 안한다.  저번 달에 아고라에서 사대강 홍보하는데 어떤 새끼가 하도 댓글로 방해해서 어떤 놈인가 보려고 공손히 준상에게 결제 서류를 올렸는데도 아직까지 전자결제 서류를 열어보지도 않은 놈이다.

 아이 씨발 내가 국정원인데 네이버로 검색해야되?   동수는 4대강 댓글을 쓰는 척 하면서 열심히 검색해보았다.   하지만 동수의 노력도 헛되이 주신혜라는 이름 세 글자는 며칠후 회사에서 누구나 알게 되었다.

       "4대강 준설 모래 비지니스:  건설사들 조직적으로 준설 모래 빼돌려.  국정원도 관련된 증거 포착되 -주간 독립신문 주신혜 기자"

단지 국정원이 아니라 건설사로부터 돈을 받은 직원 이름이 세명이나 공개 되었다.   회사는 발칵 뒤집혔다.  원장님 부터 이번 일로 국정원의 이미지가 위험해졌다며 개인별 댓글 할당량을 두배로 올리는 비상 대책을 취하시는 바람에 동수는 더 바빠지게 되었다.  

 걸린 사람은 세사람이었지만 그들에게서 또 돈을 받은 부서장도 노심초사였다.  최부장은 원장님께 이번 건이 커져봤쟈 회사 이미지만 나빠지니 이를 정권을 위협하려는 북한의 공작으로 전환하자고 건의하였다.   하지만 저번에 북한에 돈 주려다 금액이 맞지 않아서 북한 쪽에서 까발리는 바람에 원장님이 북한 이야기만 듣고 최부장 조인트를 깠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와중에도 동수네 부서는 조용했다.  동수는 그게 불만이었다.  준상이가 분명히 건설사 돌아다니면서 돈을 받은 것을 아는데 저 새끼는 어떻게 빠져나갔지.   분명히 준상이 주기자를 구워 삶은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구워 삶았을까?   동수는 출근해서 주신혜라는 이름을 검색엔진에 치고 주신혜의 뒷조사를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주신혜 기자는 이 바닥에서 꼴통으로 유명한 모양이었다.   저번에 상전그룹에서 검사들 용돈 주던 것을 까발린 것이 대표작이었다.   독립군 후손에 타협도 모르고 정직하게 쓰는 모양이었다.  이런 여자가 어떻게 준상이를 봐줬을까?  여기에 분명히 준상의 비밀이 있다.

 "선배님, 주기자를 어떻게 구워 삶으셨어요? "

어느날 수금을 끝내고 강남의 교통길 체증을 겪으면서 동수가 물었다.  이 즈음에는 그래도 차가 막힐 때는 동수에게 운전대를 맡길 만큼 신뢰 비슷한 것도 좀 있었다.  그래 이판사판이다.  정면 승부다.

 "알아서 뭐하게?"

 "아이 선배님, 저도 나중에 혹시 배워서 써먹을 수 있을까 해서요."

 동수는 비굴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넌 안돼 임마.  나같은 미남만 되는 거야. "

 "..... 개새끼"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동수는 비굴하게 웃었다.

" 흐흐흐 선배님 참 취향이 독특하시네요.  "

4.

이즈음 강실장은 아직도 알아낸 것이 없냐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임시직 기간인 1년도 점점 끝나가고 있었다.  동수는 더이상 까발릴 것이 없어 주신혜 기자와의 관계가 수상하다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강실장은 주기자 이름을 듣자 눈을 반짝이면서 관심을 보였다.  동수는 심증뿐이니 좀 도와 달라고 한다.  강실장은 가방을 내준다.  그 안에는 도청장치가 들어있었다.

"어떻게 쓰는 데요?"

"설명서 봐 이새끼야."

사실 강실장은 영어로 된 매뉴얼이 부담스러웠다.

 도청 장치를 받은 동수는 이것을 차안에 달아둔다.  녹음이 메모리 카드에 되고 매주 메모리 카드를 갈아끼우는 구형 모델이었다.  동수는 매일 저녁 녹음된 내용을 들으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보통 준상이가 차에서 듣는 중국 노래가 계속 반복될 뿐이었다.   계속 그 노래를 들으니 동수는 외워버릴 지경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음악 소리 중에 귀가 번뜩이는 통화 내용이 있었다.

"아니 황부장검사나으리께서 왠일이세요?   그거때문에 전화하셨다고요?  에이 검사님도.  아이 선수끼리 왜 그러세요.  뭐 천억이 큰 돈이라고 대삼전그룹에서 버는 돈 발톱에 때도 안되쟎아요. "

 실실 쪼개고 있었지만 동수의 귀에는 매일 듣는 준상의 목소리에 서린 긴장감이 보였다.   동수도 침대에 누운 채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준상이 발톱을 드러내었다.

"검사나리가 호랑이라고 칩시다.  난 늑대요.  호랑이랑 늑대는 안싸우는 거 알아요?  그냥 초식동물들 잡아먹으면 되지 육식동물들끼리 싸우다가 다치면 좋을게 뭐요?"


5.

삼전그룹이 연루된 것 같다는 동수의 보고에도 강실장은 평소처럼 더 알아보라고만 할 뿐이었다.   젠장 뭘 더 알아보라고.  강실장이 열어준 계정 덕분에 동수는 인물DB에 접속할 수 있었다.  거기서 주신혜 기자는 국가 안보에 요주의 인물로 분류되어 있었다.  누구를 만나서 뭘 하는지가 1주일 단위로 정리되어 있었다.   아 미친척하고 그냥 한번 주신혜 기자를 만나볼까?  그러다가 준상이가 알아채면 어떡하지?  동수는 궁리하기 시작했다.  애이 어차피 나에게 더이상 물러설 곳이란 없었다.  동수는 그냥 인물 DB에 있는 주기자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주기잡니다. "

     "서준상 선배가 선물을 전하라고 하셔서 연락드렸습니다. "

     "시간과 장소를 말하세요."

예상치 못한 신혜의 대답에 동수는 허를 찔렸다.

     "어...  6시에 강남역 1번 출구 어떠세요?"

     "알았습니다. "

전화는 뚜뚜 거리면서 끊겼다.  

6.

"물건은요?"

"네?  여깃습니다. "  동수는 쇼핑백을 내밀었다.  쇼핑백안에는 백화점에서 산 목걸이가 들어있다.  동수는 일단 직장 선배의 눈에 들기 위해 선배의 여친에게 선물을 주었다는 말도 안되는 알리바이를 만들려고 한 것이다.

주신혜기자는 남의 눈을 의식하더니 쇼핑백을 받아서 그냥 가려한다.

 "저...  신혜씨 혹시 준상이형에게 전할 말씀 없으세요?"

 "확인해보고 나중에 연락주겠다고 전하세요. "

  분명히 뭔가 있었다.  주기자와  준상 사이에 거래가 있다.

7.

 언제나처럼 화창한 주말오후의 독서실엔 예전의 동수처럼 한심한 인생들이 죽치고 있었다.  동수는 다시는 저런 신세가 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메모리카드를 노트북에 꽂았다.  아이 씨발.  또 그 노래다.  이제 외울려고 한다.

 "동 쉬파똥 똥파똥파똥"

흘러간 중국노래를 반복해서 듣는 준상은 변태가 분명했다.   한참 듣고 있는데 음악소리가 줄어들더니 준상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기자님 휴대 전화로 연락 하시면 안된다니까요?"

 "네 목걸이요?  하하하 그건 제가 기자님을 사모해서."

 능구렁이 같은 준상.  순간 당황했지만 얼버무리고 넘어가려한다.

 "아니요 조금만 기다리시라니까요?  진짜 있지요."

 한 5초간 음악이 멈춘다.  그리고 또다시 들려오는 지긋지긋한 노랫소리.   순간 동수의 눈앞에 번개가 치고 지나갔다.  저거다.  동수의 머릿속에 모든 것이 다 이해가 되었다.  뭔가가 음악 CD안에 숨겨져 있고 그것을 주기자는 기다리고 삼전그룹은 그것을 막으려 하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고 아무런 증거도 없었지만 동수는 확신했다.

8.


 동수의 보고를 받아든 강실장은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동수는 초조해졌다.   어느새 정규직 전환까지의 시간도 한달이 채 남지 않았다.  지금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나는 끝장이다.   차라리 내가 직접 CD를 검사해볼까?   그런데 놀랍게도 준상과 보낸 시간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준상은 내가 CD와 단둘이 있을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것이야 말로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동수의 생각은 확고했다.

 잠시 후 강실장은 금고를 열더니 가방을 하나 꺼내서 동수에게 주었다.

 "열어봐"

 그안에는 권총과 실탄 3발이 들어 있었다.

 "CD를 찾아서 니 생각을 증명해라.  만약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준상을 쏴도 좋다. "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자 동수는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겨드랑이의 권총이 방망이처럼 크게 느껴졌다.

 "동수야 뭐하냐 가자?"
 언제나처럼 준상이 싱글벙글하며 나타났다.


9.

 차안에는 언제나처럼 똑같은 중국 노래가 무한 반복되고 있었다.

 "선배님 이게 제목이 뭡니까? "  침묵을 깨고 동수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승부를 봐야한다.  준상 너를 잡고 나는 정규직이 될 거다.  다시는 고시원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임마 너 영웅본색도 안봤냐?  그거 주제가다. "

 "아 그렇군요.  영웅본색 제목은 저도 들어 본 것 같습니다.  영웅본색이 뭔 말이죠?"

 "영웅은 원래 여자를 밝힌다는 말이지.  동수야. 잘나가는 한국 남자들은 말이다.  돈, 여자, 자식 교육 세가지로 다 설명이 된다.  이 중에 약점 없는 놈은 없다.."

 "ㅋㅋ 그렇군요.  그런데 이 CD에 다음 곡은 뭔가요? "
목소리는 웃고 있었지만 동수의 얼굴에는 웃음이 없었다.

준상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  차안에는 두마리 육식 동물이 풍기는 긴장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 동수야.  니 주기자 만났나?"

순간 동수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이참 선배님.  선배님이 주기자랑 사귀신 다길래 제가 선배님께 아부할라고 선물을... 해해."

 동수는 권총을 뽑기 위해 필요한 순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오른 손으로 양복 사이에 손을 집어 넣고 권총집에서 똑딱이 단추를 때고 손바닥을 탄창에 대고 검지 손가락은 방아쇠 사이에 넣고.

 준상은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리고 차를 한적한 국도 변에 세웠다.  그러고 보니 오늘 어디를 가는 거지?

 "내 눈을 똑바로 봐라 동수야.   강실장이 시키든? "

 "선배님 무슨 말씀이신지?"

 동수는 어떻게 하면 총을 뺄 수 있을 지 생각했다.  아니면 그냥 펀치를 날릴까?  동수도 입사를 준비하면서 실전무술이란 무술은 다 배워두었다.  이런 대머리 중년 남자는 제압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준상 당신이란 인간이 싫기도 하지만 이것은 개인적인 것은 아니야.  나도 물러 설 곳이 없다고.

 동수는 순간적으로 총을 빼들었다.  그와 동시에 준상은 불이 붙은 담배를 준상의 얼굴에 뱉었다.  앗 뜨거.  순간적으로 동수가 눈을 감은 순간 준상이 총구를 붙잡고 밀쳐냈다.  동수는 오른 손이 밀쳐내지는 것을 내버려두면서 왼손으로 순간적으로 준상의 오른팔을 잡아 꺾었다.  동수는 왼손잡이였다.  동수의 힘이 세기에 천천히 총구를 준상의 가슴 쪽으로 가져간다.  준상의 얼굴에 핏기가 가신다.

 "동수야 이러지마 새끼야.  너도 끼워줄 께.  100억. 아니 500억 줄께. "

 순간적으로 동수는 놔줄까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너무 멀리 왔다.  준상은 너무 위험하다.  게다가 천억 과연 받아낼 수 있을까?

 "죄송합니다. 선배님. "

 동수는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준상은 동수를 잡고 마지막으로 말한다.

 "동수야. 인제 정규직 되서 좋냐?  바보새끼야.  너 처음부터 합격이었던 거 모르지. 강실장이 장난친거야."


10.

총소리가 난 후 두대의 검은색 세단이 나타나기 까지는 30초가 걸리지 않았다.  30초?   미행당하고 있었나?  강실장은 수고 했다는 말과 함께 총과 CD를 가지고 가버렸다.  남은 사람들은 부지런히 현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북한이 국정원에 침투시킨 산업스파이가 삼전그룹의 핵심 기술을 빼돌려 국제 암시장에 내놓으려다가 국정원이 막은 사건이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피해 예상액은 무려 30조에 달했다.  중간일보에서는 국정원에 북한의 스파이가 잠입해있었다며 지난 종북 정권의 안일한 인식으로 초유의 안보위기가 유래했다고 연일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동수에게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강실장이 곧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을 뿐이었다.   주말에 동수는 영웅본색을 다운받아서 보았다.   준상은 주윤발을 흉내내고 있었다.  옷차림부터 행동거지까지.  주윤발이 총든 적의 얼굴에 담배를 뱉어서 위기를 벗어나는 장면을 볼 때면 실소가 터져나왔다.

"미친 새끼 영화랑 현실도 구분 못하고.  으하하하"

몇 주 후 태국에서 온 소포가 주기자 앞으로 전달된다.  봉투안에는 "소돔에 의인이 한명만 있다면 소돔을 멸망시키지 않으리라" 라는 메모와 함께 상전그룹의 회장이 대선후보에게 돈을 건네라는 내용의 도청 테잎이 들어있었다.

주기자는 비자금 테잎을 인터넷에 유포 후 상전그룹으로 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다.  몇년에 걸친 지루한 공방 끝에 사람들의 관심이 식어갈 무렵 실형을 받는다.  상전그룹은 처벌 받지 않고 공소 시효를 넘긴다.

11.

동수는 강실장을 도청하기 시작했다.   왜 그러는지 자신도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냥 열을 받아서 그런 것 같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강실장의 약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냥 호기심이었을 지도 모른다.  강실장의 포인트는 돈, 여자, 자식 교육 어떤 것일까?

준상이 가고 난 후 정규직 사수는 아직 배정 받지 않았다.  동수가 부장에게 이야기 했더니 부장은 정규직의 접근 권한을 동수에게 임시로 주었다.  거기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다.  동수는 강실장이 자신과 이야기 할 때 쓰던 개인 번호를 복사하여 강실장의 문자 메시지를 함께 보았다.  어느날 르노아르 호텔 3시라는 이상한 문자가 왔다.  르노아르 호텔은 경기도의 러브호텔이다.  동수는 분명히 불륜일 거라고 생각해서 몰래 따라간다.  모텔 주차장에서 도청장치를 켜고 대화 내용을 엿듣는다.



"강실장 나 회장님한테 완전히 깨졌어.  당신이 물건 회수 했다며.  어떻게 된거야?  당신 진짜 이렇게 무능하게 살거야?  "


"김팀장님은 핸드폰 전화도 다 듣고 위치도 다 보는데 몰랐는데 내가 무슨 재주로 이걸 아냐고요. "


"아 젠장 방심했어.  이 새끼가 동남아에서 현지 전화쓰는 바람에 까맣게 몰랐네. "


"그래도 주기자가 터트리는 것은 막았어야지."


"아 그 미친 년을 어떡해 막아. 우리가 그 년 성깔을 아니까 회유는 생각도 안했고 일단 기사나가는 것만 막았지. 그리고 그냥 사고 처리할라고 결제올리는 와중에 그년이 눈깔이 뒤집혀 트위터에 올린거야.  지금 일 생기면 더 의심받으니까 작업 급하게 중단하느라 또 난리나고.

하여간 이번 건 때문에 회장님 심기 안좋으니까마무리 확실히 해. 알바 건도 회사내에 소문안나게 처리하고. "


"걱정하지 마십시요.  개도 뇌물 비리에 연루되서 자살하는 걸로 내사과에서 진행중입니다."

동수는 순간 자기 이야기임을 직감하고 주의를 집중하느라 뒤에서 조용히 다가오는 그림자를 신경쓰지 못한다.

"너무 뇌물 비리 자살 자주 쓰는 거 식상하니까. 내가 생각해봤는데 정규직 못되고 임시직 짤린 것 비관 자살로 하면 어떨까.  20대 비정규직 실업 문제.  요즘 이런 거 사회문제 쟎아.  이런 걸로 중간일보에서 기획기사도 함께 터트리고."

"아 그거 참신하네요. 역시 김팀장님 센스는 ..."

그 다음 이야기는 동수가 목이 졸려 미처 더 듣지 못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죽는 장면을 모텔 cctv로 보면서 강실장과 김팀장이 나눈 대화 내용이었다.  그것은 유서에 들어갈 문구를 뭘  쓰느냐와 같은 어쨌든 당시의 동수에게 그리 중요한 내용은 아니었다.

2012년 11월 25일 일요일

기본소득과 무상의료무상교육


기본소득제에 대한 짧은 생각

글이 워낙 늘어져서 요약을 남깁니다. 

기본 소득 좋은 제도지만 무상의료 무상교육이 더 효과적이다. 

들어가며 

오랜만에 쓰려니 서론이 기네요.  그냥 본론 가셔도 됩니다. 

안철수가 사퇴하여 맘이 좋지 않았다.  그 과정이 아름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안철수가 사퇴를 할 정도로 단일화에 대한 자기 희생 의지가 강하였다면 그냥 문재인이 내미는 불리한 단일화 조건을 받아들였으면 될 일이다.  만약 안철수가 불리한 조건 때문에 진다면 그 개인에게는 타격이 있겠으나 대다수 안철수 지지자들이 그 과정에서 좀더 마음편하게 문재인에게 돌아설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좀더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얻는 움직임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쨌든 안철수는 한 시대가 낳은 영웅이고 우리의 자산이다.  잘 보듬어서 나중에 큰 용도로 쓸 수 있기를 바란다. (노무현을 잃은 것이 아직도 아깝고 아쉽고 슬프다.  노무현은 FTA를 추진하는 등 단점이 많은 사람이었으나 발전하는 사람이었다.  지금쯤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 풀어준다면 우리 사회의 큰 재목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  또한 우리 좌파는 왜 안철수처럼 인기가 없는지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더 비참하게는 왜 안철수가 우리 좌파에게 손을 안내밀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늦은 나이에 공부에 재미붙여 하다가 느닷없이 들려온 안철수 사퇴에 맘이 좋지 않아 오랜만에 이 게시판 저 게시판 기웃거리며 사람들의 반응과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한 좋은 글을 살펴보았다.  그 과정에서 아고라2에 들러 사람들의 글을 읽으니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한참이었다.  나는 머리를 두들겨 맞은 것처럼 다시 한번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사실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 보다 우리 노예가 대통령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이 있는가가 훨씬 중요하다.  대의민주주의란 말은 우리의 권력을 잠시 위임한다는 것인데 사실 우리가 약하면 그냥 뺏기는 것이 된다.  그래서 프랑스처럼 왕의 목을 한번씩 베어야 지도층이 노예의 권력을 잠시 위임한다고 생각한다.  힘은 아는 데서 나오고 이런면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대통령 후보 경선보다 본질적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노력이란 면에서 아주 중요하다. 


내가 기본소득이야기를 처음들은 것이 97년 98년정도에 학교에서였다.  그때는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이야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때 구호가 "불가능한 것을 상상하자" 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15년이 지난 지금도 불가능한 것으로 치부될 만큼 파격적인 이야기이기는 하다.  하지만 나도 15년이 지나면서 세상에 대해 알게되면서 몇가지 관점을 얻었다.  그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본론 

먼저 불가능한 것을 상상하는 것에 대한 것부터.  불가능한 이야기라 치부하시는 분은 역사책을 집어들기를 권한다.  놀라웁게도 우리가 누리는 많은 것들이 과거에는 아주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선거라든지 노예라든지 여성인권이라든지 비행기라든지 종교에 대한 다른 생각등 아주 많은 것들이 과거에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어떤 것이 불가능하다고 치부하는 것은 논점에 도움이 안된다.  

그럼 동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왜 사람들이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을까?  우리 사회가 가는 방향이 크게 두방향이 있다.  하나는 남미형으로 가는 방법이 있고 다른 하나는 북유럽형으로 가는 방향이 있다.  세계 최대 갑부는 멕시코에 있는데 우리 삼성의 회장님과 비슷하게 큰 재벌회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멕시코 사람들은 엄청 가난하고 미국으로 탈출하기 위해 국경을 넘다 죽곤 한다.   그런 나라에서는 부자들이 타워펠리스같은 곳에 모여살고 (타워펠리스보단 좋겠지)  기관총을 든 경비가 서있다.  차는 방탄차고 기사는 전직 CIA나 FBI출신의 은퇴한 현장요원을 최고로 친다.  이런 집 아이들 납치하는 것은 서민들에게는 중요한 수입원이다.  (좀 과격하게 표현했습니다.) 

 북유럽이야 워낙 이상향처럼 묘사되는데 잘들 아실것이고 북유럽이야기 꺼내면 나오는 것이 바로 그 나라들이야 워낙 잘 사니까 우리는 가난해서 나중에 부자되면 생각해보자 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걔중에는 네덜란드처럼 할아버지때 전세계 짱먹고 돈을 갈쿠리로 모았다든지 노르웨이처럼 석유가 펑펑나서 좋다든지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난 항상 북유럽을 이야기할 때 핀란드를 예로 들곤 한다. 걔네는 정말 못 살았고 자원도 없고 그렇다.  그렇지만 걔네들 복지 잘한다.  그러면 노키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노키아 망해가고 있고 시스템이 잘 만들어지면 노키아가 망해도 노키아 사람들이 창업해서 작은 회사를 만들어서 핀란드 경제에는 더 좋다는 기사들이 많다.  (여기에 대해서는 내가 예전에 써 놓은 글이 있는데 여기를 보시면 된다.  근데 영어로 써있어서 죄송) 

우리가 멕시코처럼 될 것이냐 핀란드처럼 될 것이냐 기로에 있는 데 우리 사회를 둘러보자.  뭐 인터넷 신문만 봐도 살기 어렵다는 아우성이 넘치고 객관적인 수치로는 자살율이 제일 높고 출산율이 제일 낮고 생지옥으로 향해 가고 있다는 기사들 뿐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사실 마르크스가 공산주의를 발명했을 때와 비슷한 사회상황이다.  그때도 자본가들은 엄청 잘 살고 빈민들은 못 살았는데 빈민들 사는 것을 보면 동정심이 있는 사람들은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다른 이야기로 현대 축산업의 가장 큰 발명중 하나가 생산과 소비의 완벽한 분리다.  소, 돼지, 닭들을 어떻게 키우고 어떻게 죽이는지 보면 나같이 고기좋아하는 사람도 채식주의자가 되고 싶어질 꺼라 한다.  그래서 생산에 관한 정보는 완벽하게 차단되고 초원에서 풀을 뜯는 소이미지를 유포하면서 마트에서 깔끔하게 포장된 고기 상태로 접하게 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본가들도 못사는 사람들 보면 기분 안좋아지니까 최대한 격리하려고 한다.  우리가 바베큐 파티할려는 데 옆에서 거지 어린이들이 우리 보고 있으면 기분 안좋아지는 것처럼.  외국 여행 좀 다녀보신 분은 이런 기분 아실듯.  마르크스같이 머리좋고 착한 사람은 어떻게해서든 그런 상황을 해결해보고자 한다.  그런데 이게 마르크스가 얼마 되지도 않는 재산 털어서 거지들에게 나누어준다고 해결될 일인가?  마르크스는 머리가 좋기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이런 불행이 생겨나지 않도록 어떤 제도를 만들까 궁리를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공산주의를 발명하게 되고 이 실험은 거대한 실패로 끝나지만 그 과정중에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의 장점을 많이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이런 관점에서 기본 소득론을 보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즉 동기자체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동기와 그 해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예를들어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기본소득을 주장할 수도 있고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주장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다양한 해법중에 과연 기본소득이 가장 좋은가를 놓고 조금만 생각해보자.  

공산주의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정치체제로 일당독재체제를 택한 것이 컷다고 생각하지만 또 한가지 인간의 본성론을 들고 싶다.  즉 우리 인간이 과연 이런 발전된 체계를 받아들일 만큼 성숙한가 하는 문제이다.  나는 아니라고 본다.  아쉽게도 우리 인간은 대부분 옆에 사람이 팔다리가 짤릴만큼 아파도 자기눈에 티눈이 더 아픈 법이다.  공감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인데 그것때문에 모두를 위해 좋은 것보다 아쉽게도 자기에게 좋은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이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공유지의 비극이나 모럴해저드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면에서 자본주의가 현 인류의 수준에 맞는 것 같다.  자본주의의 좋은 점은 자신을 위해 일했는데 사회에도 좋다는 것이다.  우리가 돈을 벌때 남을 총칼로 협박해서 벌지 않고 남이 자의적으로 지갑을 열어 우리에게 돈을 주게 된다.  즉 남을 기쁘게 해주면 해줄수록 돈을 많이 벌게 되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럼 기본소득제가 공산주의라서 안된다는 거냐 같이 무식한 소리를 하실 분이 없기를 바란다.  내가 하는 이야기는 기본소득제는 인간의 본성 측면에서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게 되었을 경우 좋은 시나리오와 나쁜 시나리오를 예로 들어보자.  

나이 45세의 홍길동씨는 두 아이의 아버지인데 중소기업에서 행정직을 하다가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짤렸다.      

좋은 시나리오)  홍길동씨는 평소 원예에 관심이 깊었다.  회사가 짤렸지만 기본소득이 있기 때문에 굶어죽지는 않는다.  홍길동씨는 지금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추구할 때라고 생각하고 원예 전문 대학교에 진학한다.  4년동안 기본소득으로 근근히 살아가면 공부를 하였지만 좋아하는 공부라 행복했다.  4년후에 원예기술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튤립을 길러내게 되고 비행기로 일본에 수출하게 되었다.  


나쁜 시나리오) 홍길동씨는 회사에 짤려지만 기본소득이 있기 때문에 굶어죽지는 않는다.  홍길동씨는 음주를 하면서 평생 놀고 먹기로 작정하였다.  또 기본소득을 타기위해서는 구직활동을 열심히 한다는 증거를 보이거나 공공근로를 하여야 하는데 이를 악용한 회사들은 정부지원금을 타먹기 위해 홍길동씨를 고용한 것처럼 하거나 홍길동씨 공공근로는 엉터리로 아주 쓸데 없는 일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 200조원이 소비되는 새로운 시장이 생기면서 온갖 종류의 브로커들이 정부지원금을 등쳐먹으려 하고 공무원들이 장부를 조작하여 돈을 횡령하려 하고 대기업들은 이 자금을  이용하려 하고 정치인들은 이 과정에서 대기업을 도와주고 뇌물을 받고 하는 문제들이 생기게 된다. 

우리 생각에는 좋은 시나리오로 갔으면 좋겠지만 인간은 나쁜 시나리오로도 많이 간다.  그런데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면서 좋은 시나리오로 갈 확률이 좀더 높은 제도가 있다면 어떨까?  이 경우 기본소득을 지불하는 것보다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해주는 것이 좋은 시나리오로 갈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해직노동자의 경우 아쉽게도 직업적 경쟁력이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사람들이 일을 못하니까 일이 더욱 재미가 없게 되고 기피하게 된다.  만약 먹고 살 돈을 준다면 그냥 일하지 말자라고 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그런데 어떤 분야의 일을 잘못한다고 잘하는 분야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분야가 20대에 바로 찾아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40대인데 이 일이 재미가 없고 다른 일이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얘들 키워야 하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 지 모른다.  하지만 무상의료 무상교육이 된다면 좀더 도전을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커지게 된다.  일반 가정이 가장 크게 느끼는 교육 분야의 지출을 줄여주고 가장 공포심을 느끼는 의료비를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이 없는데 어떻게 공부하면서 먹고 살거냐?  프랑스의 경우 학생에게 월 생활비가 나온다.  학생에게는 파격적인 할인을 해주는 것이 가능하다.  학생식당 밥은 1000원에 준다든지 기숙사를 준다든지.  그리고 45세라면 저축이 좀 있을 것이다.  자신의 저축을 쓰기 때문에 공부에 대해 좀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빨리 끝내려 할 것이다. 


결론

지금까지 장황하게 쓴 글 읽어주신 것 감사드린다.  요약하자면 기본소득제는 요즘같이 선거에 들떠 있는 정국에 꼭 필요한 본질적인 논의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본소득제보다는 무상의료 무상교육이 인간의 본성에 맞다고 생각한다.  

2012년 8월 6일 월요일

안철수씨에 대하여 생각해볼 주제 : 영웅시대

안철수씨를 좋아하지만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다.

FTA, 용산, 사대강과 같은 시대의 주제에 대한 침묵이 마음에 걸렸다.

혹시나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 환상에 의해 또다시 속아넘어가는 것이 하는 가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친구들을 만나면 안철수를 지지하지만 20% 정도의 확률로 안철수가 의외로 개판 칠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 책을 읽으면서 안철수의 생각과 나의 생각의 싱크로율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보고 다시 안철수씨에 대한 지지를 보내기로 하였다.

대담집을 사용한 것은 잘한 것 같다. 왜냐하면 자서전은 대부분 대필작가가 있어서 미화되기 마련인데 대담집은 상대적으로 그럴 수 있는 부분이 작기 때문이다. 사실 안철수씨 정도 되는 사람이 앉아서 책을 쓰기란 일정이 사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오히려 책을 읽으면서 드는 가장 큰 화두는 왜 진보진영은 안철수씨 같은 이를 키우지 못했나이다.

시대는 영웅을 낳지만 영웅에 의존한 개혁은 위험하다.
   - 개인이 타락하는 경우
   - 미디어에 의해 거짓 이미지가 형성된 경우

진보진영이 안철수씨를 키우는 것 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안철수씨는 생각이 상당히 비슷함에도 진보진영을 이용하려 들지 않을까?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난 안철수씨가 진보진영을 이용하지 않는다며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진영이 서비스의 공급자로서 무엇을 잘못하여 자신의 이념과 거의 비슷한 생각을 하는 정치 후보가 진보진영의 서비스를 이용하려 하지 않는 것일까?

우리는 무엇이 후진 것일까?




2012년 7월 25일 수요일

정의와 신뢰

정의의 정의 (Definition of Justice)
- 정의란 unnecessary, avoidable confict를 최소화하는 social solution

기존 정의와의 차이
- happiness 를 기준으로 하는 맨담의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과 같은 정의의 문제는 happiness가 주관적이라 측정하기가 어려움

정의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개념
- 무인도에 혼자 있는 사람에게 정의란 있는가?
- 정의가 사회적 개념이라고 할 때 happiness나 pain과 같이 개인이 혼자 속으로 느끼는 감정보다 social relationship속에서 conflict가 개인간에 발생하는 문제로 보다 정의의 상태를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할 수 있음.

Unnecessary, avoidable은 social trust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개념임
- 이게 사실 나의 정의론의 핵심개념인데 게임이론에서 죄수의 딜레마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됨. 
- 죄수가 처한 상황에서 죄수 개인에게 최고의 솔루션은 죄수 혼자 결정할 수 없고 다른 죄수와의 신뢰정도가 죄수 개인이 택할 수 있는 최고의 솔루션을 결정하게 된다.
- 예를 들어 죄수가 다른 죄수에게 신뢰가 없는 경우 먼저 자백한다.  이경우 중간정도 형을 받게 된다.  -> A상황 A솔루션
- 죄수가 다른 죄수에게 신뢰가 있는 경우 자백하지 않는다.  이경우 가벼운 형을 받게 되어 A솔루션보다 더 나읗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B상황 B솔루션
- 따라서 A상황에서는 자백하는 것이 정의이며, B상황에서는 자백하지 않는 것이 정의가 된다.
- 따라서 어떤 것이 정의인가 하는 문제는 social trust가 어느 정도인가에 dependent variable이 된다.
- 즉 justice = function of trust , j = f(t)
- 일반적으로 social trust가 높은 경우 conflict를 줄이는 솔루션을 실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 즉 경기장에서 모든 사람이 서서 관람하는 경우와 모든 사람이 앉아서 관람하는 것의 차이는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trust가 어느정도 형성되어 있느냐가 결정짓게 됨.

따라서 정의는 static 한 개념이 아니므로 정의 구현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 아니라 trust 형성을 위해서 노력해야함.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trust를 높일 것인가임
- 교육
- 데모
- 협동조합, 노동조합, 생협
- 마을만들기, 학부모 모임

Trust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 repeatable relationship
- successful experience in giving first and receiving later
- thanksful experience in receiving first and giving later

No wonder, poor people have low regards in social trust, for they are poor because their experience with other people were failure.

However we can't control every relationship of everyone.  But we CAN control at least the experience of people in school.

한편 사람들이 정의에 대한 생각이 다른 이유는 밑바탕에 깔린 social trust에 대한 평가가 갖지 않기 때문
- 소득이 없는 학생에게 기본소득을 지불하는 것은 돈낭비이다.  학생은 이 소득을 쓸데 없는 일에 탕진 할 것이다.  -> 학생에 대한 신뢰가 낮음
- 소득이 없는 학생에게 기본소득을 지불하면 이 학생은 학문을 추구하고 창의력을 발휘하여 결국 사회 전체에 기여할 것이다. -> 학생에 대한 신뢰가 높음
- 정의 구현에 바탕을 둔 사회개혁이 실패하는 이유는 정의라는 개념이 trust라는 개념에 종속되어 있고 trust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다르기 때문에 정의의 개념이 사람마다 다르게 되어 실패하게 된다.

배경 인간 모델
- 이 정의론에서 사용하는 인간 모델은 이기적이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부도덕한 인간이다.   혹은 우파적 인간론.  이타적이고 예수와 같은 좌파적 인간은 분명히 존재하나 소수이기 때문에 이들만을 가정하고 있음.
- 교육을 통해 이타적인간을 만들려고 시도하지 않음. -> 공산주의와의 차이
- 교육을 통해 서로 신뢰할 수 있을 때 자신의 이익이 더 커짐을 가르킴.
- 경기장에서 모두 앉아서 보는 것이 자신에게 이익임을 가르킴
- "남을 위해서 앉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앉는 것임"
- 착한 인간과 똑똑한 인간.
- 우리는 교육을 통해 착한 인간을 만드려는 것이 아니라 똑똑한 인간을 만들려고 하는 것임.



후기:  이 생각은 어제 밤에 친구들과 만나서 오랜만에 대학기숙사 매점 앞에서 맥주 한병씩 놓고 몇시간씨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나온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책을 본다거나 인터넷을 한다거나 SNS를 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친구들과 이야기 하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조율해가는 과정이 훨씬 더 생산성이 높은 것 같다. 
 그리고 맥주 한병씩 놓고 오랫동안 이야기하는 것은 전형적인 저소비형 찬환경 유흥인 것 같다.  아주 행복했다.